아르헨, 경제는 '실축'…苦물가에 민생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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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살인적 인플레·화폐가치 급락
"부자는 침대 밑에 달러 숨겨놔"
정국 혼란 속 10명 중 4명 빈곤층
좌파 정부, 민간기업 국유화 시동
규제 강화땐 한국기업 수출 타격
부에노스아이레스=강경민 산업부 기자
살인적 인플레·화폐가치 급락
"부자는 침대 밑에 달러 숨겨놔"
정국 혼란 속 10명 중 4명 빈곤층
좌파 정부, 민간기업 국유화 시동
규제 강화땐 한국기업 수출 타격
부에노스아이레스=강경민 산업부 기자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축구 4강전이 열린 지난 14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에 있는 5월광장. 경기가 아르헨티나 승리로 끝나자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 이곳엔 시민 수만 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자국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경기 도중엔 시내 곳곳 도로가 텅 빌 정도로 축구 열기는 대단했다. AFP통신은 “축구의 성공이 고단한 아르헨티나 국민의 삶의 고통을 잠시나마 덜어줬다”고 했다.
르헨티나는 올 들어 살인적인 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 국립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92.4% 상승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10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급등 탓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서명하면서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5.5%포인트 인상해 연 75%까지 끌어올렸다. 올 들어서만 아홉 차례 인상했다.
아르헨티나 화폐인 페소화 가치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16일 기준 미국 달러당 공식 환율은 172.2페소로, 1년 전(101.9페소) 대비 70% 가까이 급등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16년간 거주한 교민 이영남 씨는 “페소화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물건이나 부동산을 빨리 사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은 달러를 은행에 예치하는 대신 침대 밑에 숨겨두기 때문에 도둑들은 항상 침대 밑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설명이다.
환율 상승 속도가 빠르다 보니 공식 환율은 의미가 없다. 탱고 원산지인 보카지구 관광지엔 공식 환율 대신 비공식 환율이 적힌 가격표가 일제히 걸려 있다. 이른바 ‘암시장 시세’다. 공식 환율은 달러당 172.2페소지만 비공식 환율 기준으로는 300페소가 넘는다. 이 밖에 아르헨티나 주요 수출품인 대두의 수출대금을 공식 달러 환율로 계산한 대두달러 환율, 신용카드마다 제각각인 카드달러 환율 등이 존재한다.
물가 상승은 서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작년 기준 아르헨티나 인구의 40%인 1200만 명가량이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극빈곤층도 10%에 달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한복판에 있는 31번가는 붕괴 직전 건물에서 생활하는 빈곤층의 집단 거주지로, 규모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더욱이 기후 변화 여파로 아르헨티나 최대 수출품목인 대두와 옥수수 등 곡물 생산량이 올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7위 곡물 생산국이다.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지난 7월엔 한 달 동안 경제장관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IMF와의 협상을 주도한 마르틴 구스만 경제장관이 물러나고 이틀 뒤 강경 페론주의자인 실비나 바타키스 장관이 취임했지만 한 달 후 다시 세르히오 마사 장관으로 교체됐다. 지난 6일 ‘포퓰리즘의 여왕’으로 불리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으면서 더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좌파 정부가 민간기업 국유화를 단행할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수입 및 외환규제 강화로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르헨티나는 올 들어 살인적인 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 국립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92.4% 상승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10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급등 탓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서명하면서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5.5%포인트 인상해 연 75%까지 끌어올렸다. 올 들어서만 아홉 차례 인상했다.
아르헨티나 화폐인 페소화 가치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16일 기준 미국 달러당 공식 환율은 172.2페소로, 1년 전(101.9페소) 대비 70% 가까이 급등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16년간 거주한 교민 이영남 씨는 “페소화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물건이나 부동산을 빨리 사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은 달러를 은행에 예치하는 대신 침대 밑에 숨겨두기 때문에 도둑들은 항상 침대 밑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설명이다.
환율 상승 속도가 빠르다 보니 공식 환율은 의미가 없다. 탱고 원산지인 보카지구 관광지엔 공식 환율 대신 비공식 환율이 적힌 가격표가 일제히 걸려 있다. 이른바 ‘암시장 시세’다. 공식 환율은 달러당 172.2페소지만 비공식 환율 기준으로는 300페소가 넘는다. 이 밖에 아르헨티나 주요 수출품인 대두의 수출대금을 공식 달러 환율로 계산한 대두달러 환율, 신용카드마다 제각각인 카드달러 환율 등이 존재한다.
물가 상승은 서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작년 기준 아르헨티나 인구의 40%인 1200만 명가량이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극빈곤층도 10%에 달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한복판에 있는 31번가는 붕괴 직전 건물에서 생활하는 빈곤층의 집단 거주지로, 규모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더욱이 기후 변화 여파로 아르헨티나 최대 수출품목인 대두와 옥수수 등 곡물 생산량이 올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7위 곡물 생산국이다.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지난 7월엔 한 달 동안 경제장관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IMF와의 협상을 주도한 마르틴 구스만 경제장관이 물러나고 이틀 뒤 강경 페론주의자인 실비나 바타키스 장관이 취임했지만 한 달 후 다시 세르히오 마사 장관으로 교체됐다. 지난 6일 ‘포퓰리즘의 여왕’으로 불리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으면서 더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좌파 정부가 민간기업 국유화를 단행할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수입 및 외환규제 강화로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