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9곳은 내년 경영 계획 기조를 ‘현상 유지’ 또는 ‘긴축’으로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현상’으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등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이다.

"최악 아직 안왔다"…기업 90%, 현상유지·긴축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국 30인 이상 2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2023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현상 유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기업은 68.5%, ‘긴축 경영’에 나서겠다는 기업은 22.3%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와 비교해서 현상 유지 또는 긴축 응답이 14.4%포인트 높아졌다.

새해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내년 경영 계획의 초안도 마련하지 못한 기업은 45.8%로 절반에 육박했다. 초안만 겨우 수립했다는 곳은 41.3%였다. 내년 경영 계획 최종안을 확정한 기업은 12.9%에 불과했다. 내년도 경영 환경이 ‘시계 제로’ 상황이라는 의미다.

내년에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기업(22.3%)들이 첫손에 꼽은 사업 계획 중 하나는 ‘전사적 원가 절감’(72.4%, 복수 응답)이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해외 출장, 글로벌 마케팅 행사를 축소하는 등 경비 지출을 절반가량 줄이기로 했고 LG,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며 비용 관리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또 ‘유동성 확보’(31.0%)와 ‘인력 운용 합리화’(31.0%)를 하겠다고 밝혔다. HMM이 최근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증권·은행 업종에서도 기업별로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전체 응답 기업 가운데 내년 투자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곳은 66.9%, 투자를 줄이겠다는 곳은 17.7%였다. 내년 채용 계획에 관해선 ‘올해 수준’이 61.5%로 조사됐고, ‘채용 축소’가 13.8%로 집계됐다.

조사 기업의 74.2%는 한국 경제가 정상 궤도로 돌아가는 시점을 2024년 이후라고 전망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