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풀면 인플레 끝인데…바이든·파월도 쉬쉬하는 이유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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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인플레 잡으려면 이민 빗장 풀어야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복잡해 난망
정치적 이해관계 복잡해 난망
인플레이션의 진앙지가 바뀌었습니다. 상품에서 주택시장과 서비스로 교체됐습니다. 특히 서비스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노동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 임금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말처럼 미국의 노동력은 400만명이 부족합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360만명이 노동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이민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미 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입법을 추진해왔습니다. 관련 입법 사항이 오는 21일 중대 고비를 맞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주범으로 떠오른 임금과 이민 문제를 중심으로 이번 주 글로벌 증시의 이슈와 일정을 정리하겠습니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민자 출신이라는 겁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자 아메리카 드림의 희망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여기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빼면 미국 이민의 역사를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오바마를 제외한 다른 대통령들은 모두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입니다.
1850년 전후로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 가문에서 20여명의 미국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배와 감자 역병으로 인한 대기근 등으로 당시 아일랜드 인구 800만명 중 100만명이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이들은 처음엔 이민자 신분이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비주류가 아니라 미국의 주류가 된 것입니다. 비슷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미국 전체 이민 역사를 네 개 시기로 구분하면 아일랜드계 이민은 2기로 볼 수 있습니다. 1기는 17세기 청교도 혁명 시절 이후 영국인들이 넘어오던 때입니다. 2기는 아일랜드계가 주축이 됐습니다. 3기엔 20세기 세계 양대 전쟁이후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인들이 이민을 왔습니다. 4기는 1960년 이후 중남미에서 건너오는 히스패닉들이 그 중심입니다.
이민자들이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가는 과정에선 신구 갈등이 수반됩니다. 현재는 그 중심에 히스패닉들이 있습니다.
한 때는 이민자였지만 이제는 기득권층이 된 앵글로 색슨족과 켈트족, 유태인들은 히스패닉들을 경계합니다. 미국이 자칫 히스패닉 국가로 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히스패닉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민 정책은 꾸준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히스패닉들이 주요 지지층 기반인 민주당이 앞장섭니다. 물론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의 문턱을 넘어서긴 쉽지 않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커스틴 시네마 상원 의원이 총대를 멨습니다. 시네마 의원은 부모를 따라 이민 온 200만명의 청소년들에게 미국 영주권과 시민권을 주자는 '드리머 법'을 발의했습니다.
시네마 의원의 지역구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애리조나입니다. 히스패닉 이민이 급격히 늘면서 공화당 텃밭에서 경합주로 바뀐 곳입니다. 이민이 늘수록 본인의 입지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문제는 '프라다 사회주의자'로 불리던 시네마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네마 의원의 반대편엔 톰 틸러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있습니다. 틸러스 의원의 지역구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노스 캐롤라이나입니다. 틸러스 의원은 이민자들의 국경심사를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불법이민 추방근거로 쓴 '타이틀 42'를 대체할 방안을 만들자는 겁니다.
두 사람은 '빅딜'을 시도해왔습니다. '드리머 법'을 통과시키는 대가로 이민심사 관련 인력과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맞바꾸려 했습니다. 오는 21일이 미 상원의 올해 종료일입니다. 동시에 그 날은 '타이틀 42'의 시효가 만료되는 날입니다. 타이틀 42는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연방대법원에서도 잘못된 정책이라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남부 국경도시들도 가만히 있진 않을 태세입니다. 비상 사태를 선언하고 이민자들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법원에 '타이틀42'를 유지해달라고 소송을 내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추방만 안할 뿐이지 국경 도시 수용 시설에 구금을 하는 비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공식 이민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시네마 의원과 틸러스 의원의 빅딜이 성사될까요. 그러려면 상원 의원 100명 중 60명이 동의해야 합니다. 이민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 10명이 동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네마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민주당이나 민주당 중심의 하원에서도 힘을 잃었습니다. 이미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지난 15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회기가 되면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됩니다.
'드리머 법'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민개혁방안의 출발에 불과합니다. 이미 미국에 있는 이민 가정의 청소년들의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지 새로운 이민을 더 받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민으로 부족한 노동력 문제를 풀려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빡빡한 노동시장 문제가 해소돼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말처럼 미국의 노동력은 400만명이 부족합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360만명이 노동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이민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미 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입법을 추진해왔습니다. 관련 입법 사항이 오는 21일 중대 고비를 맞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주범으로 떠오른 임금과 이민 문제를 중심으로 이번 주 글로벌 증시의 이슈와 일정을 정리하겠습니다.
아일랜드계 이어 다음 주류는 히스패닉?
미국 전직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와 도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그리고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민자 출신이라는 겁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자 아메리카 드림의 희망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여기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빼면 미국 이민의 역사를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오바마를 제외한 다른 대통령들은 모두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입니다.
1850년 전후로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 가문에서 20여명의 미국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배와 감자 역병으로 인한 대기근 등으로 당시 아일랜드 인구 800만명 중 100만명이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이들은 처음엔 이민자 신분이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비주류가 아니라 미국의 주류가 된 것입니다. 비슷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미국 전체 이민 역사를 네 개 시기로 구분하면 아일랜드계 이민은 2기로 볼 수 있습니다. 1기는 17세기 청교도 혁명 시절 이후 영국인들이 넘어오던 때입니다. 2기는 아일랜드계가 주축이 됐습니다. 3기엔 20세기 세계 양대 전쟁이후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인들이 이민을 왔습니다. 4기는 1960년 이후 중남미에서 건너오는 히스패닉들이 그 중심입니다.
이민자들이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가는 과정에선 신구 갈등이 수반됩니다. 현재는 그 중심에 히스패닉들이 있습니다.
한 때는 이민자였지만 이제는 기득권층이 된 앵글로 색슨족과 켈트족, 유태인들은 히스패닉들을 경계합니다. 미국이 자칫 히스패닉 국가로 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민자 늘리는 빅딜 통하나
이민은 전쟁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인기없는 정책입니다. 아무리 명분이 그럴 듯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민자가 늘면 나의 몫이 줄어든다'는 밥그릇 논리와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백인들이 이민 정책을 가장 강하게 반대합니다. 흑인들도 본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생각에 내켜하지 않습니다.그럼에도 히스패닉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민 정책은 꾸준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히스패닉들이 주요 지지층 기반인 민주당이 앞장섭니다. 물론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의 문턱을 넘어서긴 쉽지 않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커스틴 시네마 상원 의원이 총대를 멨습니다. 시네마 의원은 부모를 따라 이민 온 200만명의 청소년들에게 미국 영주권과 시민권을 주자는 '드리머 법'을 발의했습니다.
시네마 의원의 지역구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애리조나입니다. 히스패닉 이민이 급격히 늘면서 공화당 텃밭에서 경합주로 바뀐 곳입니다. 이민이 늘수록 본인의 입지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문제는 '프라다 사회주의자'로 불리던 시네마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네마 의원의 반대편엔 톰 틸러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있습니다. 틸러스 의원의 지역구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노스 캐롤라이나입니다. 틸러스 의원은 이민자들의 국경심사를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불법이민 추방근거로 쓴 '타이틀 42'를 대체할 방안을 만들자는 겁니다.
두 사람은 '빅딜'을 시도해왔습니다. '드리머 법'을 통과시키는 대가로 이민심사 관련 인력과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맞바꾸려 했습니다. 오는 21일이 미 상원의 올해 종료일입니다. 동시에 그 날은 '타이틀 42'의 시효가 만료되는 날입니다. 타이틀 42는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연방대법원에서도 잘못된 정책이라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민으로 임금발 인플레가 풀릴까
'타이틀 42'가 사라지면 중남미 이민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추방은 되지 않을테니 일단 미국 국경으로 가보자'는 심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죠. 이렇게 되면 이민자들이 늘고 미국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하지만 미국 남부 국경도시들도 가만히 있진 않을 태세입니다. 비상 사태를 선언하고 이민자들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법원에 '타이틀42'를 유지해달라고 소송을 내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추방만 안할 뿐이지 국경 도시 수용 시설에 구금을 하는 비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공식 이민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시네마 의원과 틸러스 의원의 빅딜이 성사될까요. 그러려면 상원 의원 100명 중 60명이 동의해야 합니다. 이민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 10명이 동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네마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민주당이나 민주당 중심의 하원에서도 힘을 잃었습니다. 이미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지난 15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회기가 되면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됩니다.
'드리머 법'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민개혁방안의 출발에 불과합니다. 이미 미국에 있는 이민 가정의 청소년들의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지 새로운 이민을 더 받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민으로 부족한 노동력 문제를 풀려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빡빡한 노동시장 문제가 해소돼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