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주식 ‘게임스탑’에 투자해 큰 수익을 냈던 머스트자산운용이 올해에는 해외 주식 투자로 대규모 평가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SEA, 카바나, 파페치 등 주력으로 투자했던 종목들의 주가가 올 들어 75~98% 급락하면서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머스트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2507억원(15일 기준)으로 지난 1월 초 6123억원보다 59% 줄었다. 지브이에이자산운용(순자산총액 감소율 -5.3%), 그로쓰힐자산운용(-3.8%), 브레인자산운용(-0.6%) 등 운용자산 규모가 비슷한 다른 사모운용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운용자산이 급감한 것은 해외 주식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1억8678만달러(2435억원)였던 머스트자산운용의 해외 주식 평가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1억2146만달러(1581억원)로 줄었다. 올 들어 해외 주식 비중을 집중적으로 늘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보이는 감소분보다 손실이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머스트자산운용은 동남아 전자상거래업체 SEA, 미국 중고차 플랫폼 카바나, 미국 명품 플랫폼 파페치 지분을 대폭 확대했다. 작년 12월 말 전체 해외자산에서 8.5% 불과하던 세 종목의 비중은 79%(올해 3분기 말)까지 상승했다.

지난 1월 초 223달러였던 SEA 주가는 최근 53.69달러로 4분의 1 토막 났다. 카바나는 파산 우려가 커지면서 연초 239였던 주가가 98% 급락한 5달러가 됐다. 같은 기간 파페치 주가는 34달러에서 4달러로 88% 하락했다. 금융정보사이트 웨일위즈덤에 따르면 머스트자산운용의 세 종목 추정 매입 평균가는 차례대로 119.48달러, 78.47달러, 13.2달러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머스트자산운용 해외주식 포트폴리오. 자료=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지난 3분기 말 기준 머스트자산운용 해외주식 포트폴리오. 자료=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손실이 커지자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 6월 투자레터를 통해 미국 성장주를 투자하기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 결정력과 성장을 내재한 소수의 기업을 지금이 아니라면 살 수 없는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고객들은 평균 50%의 손실을 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순자산총액이 2507억원으로 펀드 설정 원본(5630억원)에 비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향후 세 종목의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 종목의 평가액은 75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 김두용 대표가 2006년 설립했다. 철저한 리서치에 기반한 롱바이어스드(long biased) 전략을 추구한다. 2020년 숏 스퀴즈로 주가가 폭등했던 미국 게임스탑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