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직 사임 여부를 투표에 부치는 초강수를 던졌다. 그의 트위터 경영을 놓고 대외 비판이 잇따르자 나온 돌발 조치다. 투표에 참여한 과반이 머스크의 사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18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내가 트위터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가”를 묻는 설문조사 게시글을 올렸다. 사임 찬성과 반대 여부를 묻는 이 설문은 지난 19일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 1254만여명이 투표해 사임 찬성 의견(56.4%)이 반대 의견(43.6%)을 앞질렀다. 머스크는 투표 게시와 함께 “설문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한 뒤 20여분 후 한 트위터 이용자에게 보낸 답글에서 “후임자는 없다”고 언급했다.

머스크는 지난 10월 440억달러(약 57조3000억원)에 트위터를 인수한 뒤 이용자 계정 관리를 놓고 잇따라 외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18일 트위터는 “다른 SNS 플랫폼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시물과 계정을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쟁사의 SNS로 연결되는 게시물을 없애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잭 도시 전 트위터 CEO는 “말이 안 된다”며 이 조치를 정면 비판했다.

여론의 비난이 커지자 머스크는 “다신 안 그러겠다”며 “앞으론 주요 정책 변경을 놓고 투표를 하겠다”고 18일 해명했다. 이 해명 직후 3분 뒤 머스크는 자신의 사임 여부를 설문조사에 맡겼다. 그 다음날 트위터도 자체 계정을 통해 타사 SNS 플랫폼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계정의 생성·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의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묻는 설문을 게시했다.

트위터의 계정 정지 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위터는 지난 15일 전용기 위치 등 머스크의 신상을 공개한 기자들의 트위터 계정을 무더기로 정지했다. 이 조치 대상에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유력 언론사 기자들의 계정도 포함됐다. 머스크는 “만약 뉴욕타임스 기자들의 실시간 위치와 주소가 노출됐다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서고 미 의회가 청문회를 얼었을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종말’이라고 발언했을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하지만 기자 계정 차단을 놓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위험한 선례”라며 비판 입장을 내고 EU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자 머스크는 입장을 바꿔 설문조사로 답을 구했다. 그는 정지한 계정을 당장 복구할지, 일주일 뒤에 복구할지를 묻는 게시글을 16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369만여명이 참여한 이 설문에서 58.7%가 ‘당장 복구’에 표를 던지자 트위터는 즉각 계정 복구 조치를 취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