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사람 '취향저격' 어려운 선물…차라리 현금이 낫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선물의 경제학
주는 입장에선 골머리 썩지만
받는 쪽 만족시키기도 어려워
그래도 선물 주고받는 이유는
돈으로는 못사는 유대관계 때문
정보비대칭 해소하는 '신호' 기능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할까'
관심과 노력이 좋은 선물의 출발
주는 입장에선 골머리 썩지만
받는 쪽 만족시키기도 어려워
그래도 선물 주고받는 이유는
돈으로는 못사는 유대관계 때문
정보비대칭 해소하는 '신호' 기능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할까'
관심과 노력이 좋은 선물의 출발
곧 크리스마스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산타의 선물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다. 연인들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다. 다음달엔 설이 있다. 가족,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골라야 한다. 고민 끝에 고른 선물이 받는 사람에겐 실망을 안겨주기 일쑤다. 취향에도 안 맞고 쓰지도 않을 물건을 선물로 받아 난처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다. 주는 입장에선 골머리를 썩이지만 받는 사람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은 선물. 어떤 선물이 좋은 선물일까.
미국인의 52%는 매년 한 개 이상의 원치 않는 선물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83억달러다. 그래서 선물 시즌이 지나면 ‘반품 시즌’이 찾아온다. 물류기업 UPS는 크리스마스 1주일 후인 1월 2일을 ‘반품의 날’이라고 부른다. 마음에 안 드는 선물을 반품하는 물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효율과 낭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금이다. 선물 대신 현금을 주면 받는 사람은 그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입해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신호 보내기’라는 관점에서 선물의 경제적 의미를 설명했다. 연인 관계를 생각해 보자.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남자가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선물은 자신이 여자를 사랑한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신호 역할을 한다. 선물을 고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다는 신호가 된다. 선물을 고르는 데는 돈은 물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금으로는 할 수 없는 선물의 기능이다.
프랜시스 플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프란체스카 지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받고 싶은 것을 물어보라고 권한다. 이들은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는 행동이 ‘사려 깊은 모습’으로 인식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팀 하포드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교제 초기 단계에서 여자친구에게 너무 비싼 선물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애써 준비한 선물이 상대방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렇다면 상대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자. 선물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다. 연말연시 선물을 정했다면 ‘일’의 절반 이상은 끝난 셈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All I want for Christmas is cash?
선물의 경제적 비효율성과 관련해 고전처럼 인용되는 논문이 있다. 조엘 왈드포겔 미국 미네소타대 칼슨 경영대학원 교수가 1993년 발표한 ‘크리스마스의 사중손실’이라는 논문이다. 당시 예일대 교수였던 왈드포겔은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 86명을 상대로 지난 1년간 받은 선물의 가격을 조사했다. 평균 438.2달러였다. 그런 다음 그 선물을 본인이 직접 샀다면 얼마의 값을 치렀을지를 물었다. 평균 313.4달러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선물의 가치를 실제 가격보다 30% 정도 낮게 평가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10만원짜리 선물을 주면 그 사람이 느끼는 경제적 효용은 7만원에 그친다는 얘기다.미국인의 52%는 매년 한 개 이상의 원치 않는 선물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83억달러다. 그래서 선물 시즌이 지나면 ‘반품 시즌’이 찾아온다. 물류기업 UPS는 크리스마스 1주일 후인 1월 2일을 ‘반품의 날’이라고 부른다. 마음에 안 드는 선물을 반품하는 물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효율과 낭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금이다. 선물 대신 현금을 주면 받는 사람은 그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입해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돈으로 대신 할 수 없는 선물
그래도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경제학자 자신들도 현금이 아닌 선물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선물의 목적이 단순히 ‘부의 이전’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물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댄 애리얼리 듀크대 심리학과 교수는 “선물은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효율적”이라고 했다. 선물이 인간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신호 보내기’라는 관점에서 선물의 경제적 의미를 설명했다. 연인 관계를 생각해 보자.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남자가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선물은 자신이 여자를 사랑한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신호 역할을 한다. 선물을 고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다는 신호가 된다. 선물을 고르는 데는 돈은 물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금으로는 할 수 없는 선물의 기능이다.
커피 말고 커피잔을 선물하라
그렇다면 어떤 선물이 좋은 선물일까. 애리얼리 교수는 꽃처럼 금방 상하는 것이나 초콜릿처럼 한 번 먹고 치우는 물건보다 오래 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이 좋다고 했다. 그 물건을 사용할 때마다 선물을 준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커피보다 커피잔을 선물하는 것이 좋다.프랜시스 플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프란체스카 지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받고 싶은 것을 물어보라고 권한다. 이들은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는 행동이 ‘사려 깊은 모습’으로 인식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팀 하포드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교제 초기 단계에서 여자친구에게 너무 비싼 선물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애써 준비한 선물이 상대방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렇다면 상대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자. 선물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다. 연말연시 선물을 정했다면 ‘일’의 절반 이상은 끝난 셈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