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항공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의 국제선 여객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국제선 운항 증편이 주춤한 사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는 모양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시장의 국제선 여객 수요(1553만7177명) 중 외항사는 575만2483명으로 37.0%였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해인 2019년 1~11월 33.0%와 비교하면 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FSC) 점유율은 37.5%에서 43.3%로 늘었다. 반면 LCC가 29.6%에서 19.7%로 급감했다.

국내 LCC의 주력 노선은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다. 이 중 동남아는 상대적으로 입국 규제 해제가 빨랐다.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 정부가 국제선 운항 규모를 규제한 데다 입국자에 대한 방역 규제까지 겹치면서 국제선 노선 증편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 와중에 비엣젯항공, 필리핀항공 등 동남아 항공사들이 발 빠르게 운항편 수를 늘렸다.

유럽 노선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노선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럽 직항노선 회복이 더디다. 업계 관계자는 “노선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무작정 항공기를 띄우면 항공사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루프트한자 등 유럽 대형 항공사들은 환승 노선을 활용해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는 이날 인천~헬싱키 노선을 기존 주 3회에서 주 7일로 증편한다고 발표했다. 핀에어는 노선 증편과 함께 국내 11개 여행사와 협력한 북유럽 8일 여행 상품도 출시했다.

항공업계는 내년부터 외항사의 한국 국제선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으로 불거진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외항사들과 ‘알짜 노선’ 양도 협상을 벌이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당국의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해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인천~런던 노선 신규 취항을 제안했고, 영국 당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인천~런던 노선은 유럽의 대표적인 ‘알짜 노선’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런던 히스로공항 슬롯(비행기 이착륙 횟수) 7개 전량을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노선 상황도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당장 미국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해 독과점 노선 5개에 대한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