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적극적인 신사업 확대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헬스케어 시장이 커지고 형태가 다양해지자 기존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장기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신약개발 사업 특성도 신규 ‘캐시카우’ 확보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동물·우주서 먹거리 찾는 제약사들
차바이오텍 계열사인 CMG제약은 동물의약품 사업부를 신설하고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다고 19일 밝혔다. CMG제약은 입에서 녹는 필름형 제제(ODF) 기술을 활용해 동물용 약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주사제를 투여하기 어렵거나 먹는 약을 뱉어내는 동물 등에게 활용도가 높을 것이란 평가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동물 의약품 전문기업 이글벳에서 약품사업부장을 맡았던 전형우 상무를 신설 조직 부장으로 영입했다. 전 상무는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온 뒤 에스틴, 한국엘랑코동물약품 등에서 동물 의약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담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사업 확대에 속도가 붙었다. 의약품 유통 사업에 집중하던 지오영은 지난달 알레르기 약인 ‘지르텍’의 국내 판권 계약을 맺었다. 수입 의약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영업·마케팅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를 판매하는 SK바이오팜은 지난 14일 디지털 치료제 시장 진출 계획을 구체화했다. 신약 판매 노하우 등을 활용해 뇌전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올초 사명을 바꾼 보령은 우주 헬스케어로 신사업 분야를 낙점했다. 동아제약도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소비자 헬스케어 분야 신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지난달 경영진에 변화를 줬다. 최호진 전 동아제약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경영기획실장을 맡던 백상환 대표가 새로 임명됐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디지털 중심의 뉴노멀이 일상이 됐다. 재택근무가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반려동물과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급성장했다.

동물용 의약품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은 사람 대상 의약품보다 연구개발(R&D) 기간이 짧은 데다 비용도 적게 든다. 오랜 기간 큰 비용을 투자해도 성공 가능성이 낮은 신약 사업의 리스크 분산에도 효과적이다. 의약품 생산 노하우 등을 보유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사업 확대에 나선 배경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