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9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9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3월 초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원의 투표로만 당대표를 뽑기로 결정했다. 기존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에서 여론조사를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을 얻는 ‘친윤(친윤석열)계 후보’가 선거에서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윤계 후보들은 반발하고 있다.

“당대표는 당원이 뽑아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회의를 열고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당원 투표 100%’로 바꾸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여기에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 미만일 때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하는 ‘결선투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회의에서 “‘당대표는 당원이 뽑는다’는 원칙을 부정하거나 폄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 향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후보를 뽑을 때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대상으로 여론조사하는 ‘역선택 방지조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당헌·당규 개정안은 20일 상임전국위원회, 23일 전국위·상임전국위를 거쳐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비윤 솎아내기” 이중장치

이번 전대에서 여론조사 30%라는 변수가 사라지면서 친윤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중진 의원은 “전당대회는 당협위원장이 모아 온 ‘조직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당협위원장은 현역 의원이나 다음 총선 유력 후보가 맡기 때문에 대통령 의중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윤계에선 ‘특정 후보 솎아내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與, 골대 옮겨 골 넣으면 정정당당한가’라는 한 신문사 사설을 올렸다. 비윤계인 김웅 의원은 ‘#승부조작 판치면 팬들은 떠나리’ ‘#유승민만은 절대 안 돼 길게도 얘기하네’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며 비판했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당대표 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출신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룰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절박한 수도권 의원으로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유불리만 생각한 것”이라며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썼다. 한 초선 의원은 “이전과 상황이 바뀐 게 없는데 3~4개월 앞두고 갑자기 룰을 바꾸면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후보 교통정리되나

여권에선 친윤계 후보 간 교통정리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2030·수도권 당원이 늘어 당원 투표 100% 방식으로도 친윤계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것도 친윤계 당선을 위한 ‘안전장치’라는 분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친윤계 후보가 2명 이상 나오면 안철수, 유승민 의원과 맞붙어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결선에서 윤심을 얻은 후보가 승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선 권성동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중심으로 친윤계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윤 대통령 의중이 현재로선 특정 후보에게 쏠려 있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윤심이 끝까지 특정 후보를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청원 전 의원을 당대표로 밀었지만 김무성 전 의원이 된 사례가 있다”며 “윤심이 어떻게 정리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