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요구한 네 번째 시한인 19일에도 여야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최대 쟁점으로 꼽혔던 법인세 인하는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문제를 두고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김 의장은 이날 예산안 협상을 위해 재차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선했으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새로운 제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김 의장이 지난 15일 내놓은 중재안대로 현재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낮추고,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예비비로 집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인세를 3%포인트까지 내리고 경찰국 등의 비용은 정식 예산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선 양당이 협상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법인세 문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결과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볼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인세 인하폭을 2%포인트 정도로 높이는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마지막 쟁점이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라며 “합법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을 아무런 근거 없이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선 불복이자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인 약 5억원 때문에 전체 예산 639조원의 발목이 잡혔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반면 의장 중재안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은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에 대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작용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면 바로 처리될 예산인데 윤심에 막혀 또 헛바퀴만 돌았다”며 “국민의힘이 아니라 용산의힘”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도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하명만 기다리는 식물 여당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