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간부 반발에 연구원들 "왜 저러지?"…노조도 "일상적 조직개편인데 이상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최근 단행한 조직 개편안에 불만을 드러낸 일부 간부가 잇달아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내부 반발이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누리호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고정환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사퇴서를 낸 데 이어 19일에는 옥호남 나로우주센터장도 같은 이유로 사의를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항우연 내부에서는 두 사람의 퇴장으로 인해 조직 개편이 무산되거나 개발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과학계와 항우연 노조 등에 따르면 오히려 일반 연구원들은 주요 보직자들이 이처럼 소리 높여 저항하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한다.

일부 간부를 제외한 250여 명의 항우연 발사체개발본부 직원들은 이번 조직 개편에 비교적 큰 불만 없이 바뀐 조직 체계에 맞춰 업무를 준비 중이라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항우연 노조 관계자는 "그냥 대부분은 일상적인 조직개편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는 일이 바뀌지도 않았다"며 "다들 그냥 담담한데 왜 이렇게까지 바깥에서 난리인지 잘 모르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고위 보직자 사퇴로 향후 발사체 개발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발사체 개발은 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다.

엔지니어들과 팀장이 하는 것이고 연구원 250명이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한 항우연 재직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에서 "책임자의 역할도 있지만, 누리호를 성공시킨 건 엄연히 평연구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항우연 내홍? 조직개편에 대다수가 불만 없는데…"
앞서 항우연은 지난 12일 조직개편을 통해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했다.

연구소 산하에는 누리호 3∼6차 발사를 맡을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 100t 액체 로켓엔진 등을 개발하는 '차세대발사체사업단', '소형발사체연구부' 등을 두기로 했다.

기존 발사체개발본부 내 16개 팀 조직은 폐지되고 부 체제로 편성되는 것이다.

당초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과기정통부가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이후 사업단장을 중심으로 추진력있게 발사체 개발 사업을 하고자 출범했으며, 2011년 제정된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에 따라 내년 6월까지만 존속한다.

이에 따라 항우연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발사체개발본부를 완전히 없애지는 않고 발사체연구소 산하에 다른 부서처럼 편제해 놓았다.

조직 개편과 인사는 다음 달 1일 자로 적용되며, 부장급 인사는 이날 난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은 이처럼 조직 개편을 한 이유로 누리호 개발사업이 내년부터 고도화 사업으로 전환되므로 이에 맞춘 조직이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그간 한국형발사체 개발에만 집중됐던 단일사업 전담 조직을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누리호 고도화사업 등을 포괄할 수 있는 발사체 분야 종합연구소로 개편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고 본부장 등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개편안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직 사퇴서를 내고 반발하는 중이다.

연합뉴스는 고 본부장에게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항우연 내홍? 조직개편에 대다수가 불만 없는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