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사하라TV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진행된 남수단 도로 기공식 행사에 참석한 키르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던 중 바지를 적시는 실수를 했다.
서 있던 키르 대통령의 왼쪽 바지 안쪽 부분이 소변으로 추정되는 액체에 젖기 시작했고, 정체불명의 물줄기가 바지 밑으로 흘러나오더니 바닥까지 적셨다. 키르 대통령은 고개를 숙여 바지 쪽을 쳐다보는 등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현장 중계 카메라들은 황급히 카메라를 돌렸다. 그러나 이미 송출된 장면은 갈무리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빠르게 퍼졌다.
이후 현지에서는 행사 현장을 취재했던 언론인들이 하나둘 실종되거나 목을 맨 채 발견됐다는 소문이 확산했다. 남수단 정부가 언론인들을 고문하고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수단 국영 TV인 SSBC에 근무하는 기자 A씨는 지난 15일 키르 대통령의 소변 논란 영상이 공개된 직후 동료들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대통령실 보안 요원들은 우리의 휴대전화를 수색하면서 영상 촬영자를 찾고 있다"면서 "주바에 근거지를 둔 언론인 3명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남수단 기자는 "국가안보국이 개입해서 동료들을 체포한다는 소식이 무섭다"면서 "이것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수단 언론인 연합은 "우리 기록에 따르면 지금 현재 체포된 언론인, 구금된 언론인, 감옥에 있는 언론은 없다"며 "우리는 국가의 여러 보안 기관과 연락하고 있으며 항상 동료를 확인하고 실종, 체포 또는 구금된 언론인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뉴스에이전시는 "많은 사람들은 남수단의 침울한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실종된 기자들에 대한 보도가 주요 언론사들 사이에서는 공유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보도했다. 기독교와 토착신앙을 믿는 남수단은 지난 2011년 아랍 이슬람계가 다수인 수단에서 독립했다.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하나, 내전의 고통이 큰 국가다. 키르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부통령이던 마차르 추종자들의 교전으로 약 40만명이 숨지고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지 매체들은 키르 대통령이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요로감염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