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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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급부상하는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이오드)'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내년 상반기 파일럿 라인에 이어 하반기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2024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XR(확장현실)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다.

20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탕정에서 마이크로 OLED 파일럿 라인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탕정의 기존 A2 라인에 마이크로 OLED를 시험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주요 디스플레이 장비를 발주했다. 업체별로는 에스에프에이가 원재료와 기판 등을 이동하는 지능형 이송시스템(스토커), AP시스템은 증착된 유기물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막을 씌우는 봉지 공정 장비 등을 수주했다.

장비 제작에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내년 1분기 장비가 입고된 후 시험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후 연말까지 수천 억원을 투자해 월 생산능력 기준 6.4K(6400장) 규모의 양산 라인 구축을 시작해 2024년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내년도 사업 업황은 환율 변동, 미·중 갈등, 경기침체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황을 극복하기 위해 마이크로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마이크로 OLED는 기존 유리와 플라스틱 대신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 기판 위에 OLED를 증착하는 기술이다. 기판이 작아지는 만큼 기판에 새기는 구동 회로 공정이 세밀해져 고해상도와 높은 밝기(휘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00㎜(12인치) 웨이퍼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로 OLED는 8K 이상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고 명암비와 주사율도 LCD(액정표시장치) 대비 뛰어나다"고 말했다.

삼성이 이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은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확장현실(XR) 기기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마이크로 OLED가 최적화된 디스플레이로 꼽히기 때문이다. XR기기 시장은 2025년께 본격 개화하기 시작해 2030년 10억대까지 성장하며 스마트폰(12억대) 시장에 버금가는 규모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은 XR 시장이 매해 50.7% 성장해 2027년 73억 달러(9조5622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3000만대 수준인 XR 기기 출하량이 2025년 1억500만대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XR기기 시장은 메타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견인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 11월 VR기기 프리미엄 라인인 메타 퀘스트 프로를 선보였다. 애플은 내년에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용 VR 헤드셋(VR2)을 각각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구글 등도 관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XR기기가 선명하고 끊김 없는 화면을 구현하려면 마이크로 OELD 같은 첨단 기술이 필수"라며 "앞으로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디스플레이 강자들의 투자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