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선관위, 회장 후보자에 '집행부 비판' 내용 삭제 요구
법원 "선거운동의 자유, 회원들의 알 권리 침해"…가처분 인용
선거공보물 검열한 변협…법원 "표현의 자유 침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선거관리위원회가 현 집행부를 비판하는 회장 후보 선거공보물 내용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가 법원의 제동에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20일 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안병희(군법무관 7회·60) 변호사가 변협을 상대로 낸 '선거운동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변협은 23일 2차 선거 공보물을 발송할 때 안 후보 측 1차 공보물에서 삭제한 내용을 그대로 발송해야 한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을 위한 1차 공보물에 '특정 단체 출신 변호사들이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주요 직책을 교차로 맡아 회무를 독점하고 플랫폼, 유사 직역 관련 소송을 '셀프 수임'하고 임원 수당을 대폭 '셀프 인상'했다'고 적었다.

변협 선관위는 이 같은 내용이 변호사단체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한 '협회장 및 대의원 선거 규칙'을 위반했다며 이달 7일 1차 수정을 요구했다.

안 후보가 이를 받아들여 일부 내용을 수정했지만, 변협은 문제의 내용이 담긴 면을 전체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재검토 결과를 반영하지 않으면 인쇄물을 선거권자들에게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안 후보는 1차 공보물 발송 시기에 맞춰 일단 선관위가 문제 삼은 면의 내용은 삭제하고 검은 면으로 대체했다.

다만 2차 공보물 발송 때부턴 1차 수정본을 그대로 발송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안 후보 측 이의제기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협의 삭제 요구가 "채권자(안 후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 회원들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선관위에 부여된 선거관리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공보물 내용은) 변협 회원들에게 공통된 관심사이거나 공적 이해관계에 속한 사항으로, 후보자로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그러한 비판을 백안시할 것이 아니라, 신의성실의 원칙과 사회 통념에 비춰 상당성이 인정된다면 허용 가능한 선거운동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위반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상항에서 1차 선거인쇄물 총 12면 중 2면 전체를 삭제하도록 한 것은 선관위가 할 수 있는 심사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라고 꼬집었다.

선거공보물 검열한 변협…법원 "표현의 자유 침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