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룹사 7000명 안 되는데…10년간 7000명 신규 채용한다는 태광 [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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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이 10년간 12조원을 투자하고, 7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19일 발표했다. 태광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런 태광산업의 발표를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다.
태광은 지난달부터 국내 금융시장에서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계열사인 흥국생명보험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경색 국면을 불러 일으킨 게 지난달이다. 통상 5년 뒤 발행사가 채권을 되사는 구조의 시장에서 흥국생명은 고금리를 이유로 이를 어기면서 당시 시장 투자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흥국생명은 다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했지만, 돈이 없었다. 이에 흥국생명과 지분관계가 없고 대주주만 같은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자 태광산업의 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을 비롯한 주주들의 원성이 나왔다. 태광그룹은 논란 속에 이를 하지 않겠다고 또 선언해야 했다. 태광산업을 비롯한 태광그룹이 연말 시장에서 '빌런'으로 통한 이유다.
그런 태광그룹이 갑자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이 같은 일련의 악재를 밀어내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태광의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발표의 보도자료는 A4용지 두 장짜리에 불과했다. 12조원의 투자 중엔 8조원을 태광산업이 부담하며, 석유화학부문에 4조원, 섬유사업에 1조5000억원, 공장 설비 교체 등에 2조4000억원 등 넣겠다는 게 내용의 주다.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흥국화재,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에도 DB관리 센터 구축 등에 2조원을 투자한다고도 적혀 있다.
시장에선 이런 투자 계획이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태광그룹의 전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은 약 1조원 가량이어서 나머지 11조원에 대한 조달 계획 등에 대해선 보도자료나 공시 등에 나와 있지 않다. 그룹 관계자도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선 답하지 못했다.
7000명을 신규 채용에 나선다고도 밝힌 태광그룹의 전 계열사 임직원은 계약직 등을 포함해도 7000명이 되지 않는다. 태광산업이 지난 9월말 기준 1348명으로 가장 많고, 흥국생명도 632명 수준이다. 그룹 안팎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신뢰가 적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연 퇴직 직원을 고려해도 전 그룹 직원만큼 사람을 신규로 더 뽑겠다는 얘긴데, 현실성이 있어보이진 않는다"면서 "채용 인원을 10년 뒤 점검하기 힘든 상황에서 신규 채용 인력을 부풀린 것 같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형성된 '빌런' 이미지를 세탁하고자 하는 태광이 기존에 DB센터 구축 등처럼 예정돼 있던 투자계획을 급하게 신규 투자을 긁어모아 조금 더 보태 발표하지 않았냐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배임 횡령으로 복역을 마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복귀를 앞둔 고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소한 이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 제한 적용을 받고 있다. "태광그룹이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는 조상들의 조심성도 보이지 않을 만큼 서두르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는 재계 관계자의 말을 태광그룹 경영진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태광은 지난달부터 국내 금융시장에서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계열사인 흥국생명보험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경색 국면을 불러 일으킨 게 지난달이다. 통상 5년 뒤 발행사가 채권을 되사는 구조의 시장에서 흥국생명은 고금리를 이유로 이를 어기면서 당시 시장 투자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흥국생명은 다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했지만, 돈이 없었다. 이에 흥국생명과 지분관계가 없고 대주주만 같은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자 태광산업의 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을 비롯한 주주들의 원성이 나왔다. 태광그룹은 논란 속에 이를 하지 않겠다고 또 선언해야 했다. 태광산업을 비롯한 태광그룹이 연말 시장에서 '빌런'으로 통한 이유다.
그런 태광그룹이 갑자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이 같은 일련의 악재를 밀어내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태광의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발표의 보도자료는 A4용지 두 장짜리에 불과했다. 12조원의 투자 중엔 8조원을 태광산업이 부담하며, 석유화학부문에 4조원, 섬유사업에 1조5000억원, 공장 설비 교체 등에 2조4000억원 등 넣겠다는 게 내용의 주다.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흥국화재,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에도 DB관리 센터 구축 등에 2조원을 투자한다고도 적혀 있다.
시장에선 이런 투자 계획이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태광그룹의 전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은 약 1조원 가량이어서 나머지 11조원에 대한 조달 계획 등에 대해선 보도자료나 공시 등에 나와 있지 않다. 그룹 관계자도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선 답하지 못했다.
7000명을 신규 채용에 나선다고도 밝힌 태광그룹의 전 계열사 임직원은 계약직 등을 포함해도 7000명이 되지 않는다. 태광산업이 지난 9월말 기준 1348명으로 가장 많고, 흥국생명도 632명 수준이다. 그룹 안팎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신뢰가 적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연 퇴직 직원을 고려해도 전 그룹 직원만큼 사람을 신규로 더 뽑겠다는 얘긴데, 현실성이 있어보이진 않는다"면서 "채용 인원을 10년 뒤 점검하기 힘든 상황에서 신규 채용 인력을 부풀린 것 같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형성된 '빌런' 이미지를 세탁하고자 하는 태광이 기존에 DB센터 구축 등처럼 예정돼 있던 투자계획을 급하게 신규 투자을 긁어모아 조금 더 보태 발표하지 않았냐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배임 횡령으로 복역을 마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복귀를 앞둔 고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소한 이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 제한 적용을 받고 있다. "태광그룹이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는 조상들의 조심성도 보이지 않을 만큼 서두르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는 재계 관계자의 말을 태광그룹 경영진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