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가격상한제 도입하는 유럽…"LNG 쟁탈전 벌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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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내년 2월부터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서방의 대러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후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잡기 위해서다. 다만 러시아산 에너지의 대체재인 액화천연가스(LNG) 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이 참가한 EU 에너지이사회는 유럽 천연가스 가격인 네덜란드 TTF 선물 기준으로 메가와트시(㎿h)당 180유로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시행기간은 내년 2월 15일부터 1년간이다. 이날 TTF 가격은 ㎿h당 108유로까지 떨어졌다.
상한제 발동 조건은 TTF 가격이 3일간 180유로를 웃도는 동시에 LNG 가격보다 ㎿h당 35유로 이상 높은 상태가 이어질 경우다. 한 번 발동되면 최소 20일 동안 지속된다.
대신 부작용이 더 크면 상한제를 푸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가격 상한제 여파로 EU의 가스 공급이 부족해지거나 TTF 거래가 위축될 때, 또는 가스 사용이 급증할 때 상한제는 중단될 수 있다.
지난 8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후 TTF 가격은 343유로까지 뛰었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율은 두 자릿수로 올랐고 에너지 기업들은 큰 손실을 봤다. EU 집행위원회가 당초 상한선으로 275유로를 제안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리스 등 일부 국가들은 상한선이 200유로 미만이어야 한다며 반대했고, 독일 등 가스 수입 규모가 큰 국가들은 공급 차질 우려에 반대했다. 로이터는 “상한선을 낮추고 안전장치를 도입해 독일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가 찬성했다”고 전했다.
다만 가격 상한제 도입이 ‘LNG 쟁탈전’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크렘린궁은 이날 “가스 가격 상한제는 시장에 대한 공격”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앞서 적용된 유가 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에 원유를 판매하지 않을 방침으로, 천연가스에도 동일하게 대응할 것을 암시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장기화되면 유럽의 에너지 위기도 악화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전쟁 전 유럽 가스 수입의 40%를 책임지던 주요 공급자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상황이 이어지면 내년 겨울 유럽의 가스 부족분이 연간 가스 수요량의 7% 수준인 300억 입방미터(㎥)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EU 국가들이 올해는 겨울을 앞두고 가스 저장고를 채웠지만 내년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에너지 다각화를 추구하는 유럽 국가들은 LNG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독일과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LNG를 해상으로 운송받는 LNG 터미널 건설 또는 확장에 나섰다. 독일은 지난 17일 북해 연안 빌헬름스하펜에서 첫 LNG 터미널 준공식을 열었다.
블룸버그는 “가스 가격 상한제로 유럽이 공급난에 처하면 미국과 카타르 등 주요 LNG 수출국에서 아시아와 수입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들은 LNG 가격을 더 높게 제시해야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