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지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연구원이 비에스지가 개발한 반려동물 가방과 GH신소재가 개발한 에어컨 필터 소재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제공
송현지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연구원이 비에스지가 개발한 반려동물 가방과 GH신소재가 개발한 에어컨 필터 소재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제공
경북 구미에 있는 GH신소재(대표 우희구)는 지난 9월 산화 생분해와 리사이클링이 가능한 100% 폴리프로필렌(PP) 기반의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를 개발했다. 기존 생분해 소재인 PLA(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드는 플라스틱)가 있으나 값이 비싼 데다 정전 기능이 약해 자체 개발에 나선 것이다. GH신소재가 개발한 에어컨 필터는 완성차업체가 요구하는 효율 성능을 충족해 올 하반기에만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GH신소재가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대구시가 지원하고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수행한 친환경 리사이클 분야 업종 간 융합사업을 통해서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기술적 시험 분석과 부직포 테스트 장비 등을 지원해 GH신소재의 신제품 개발을 도왔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이업종 융합 비즈니스 기반 조성사업과 페트병 재활용 그린섬유 플랫폼 조성사업을 통해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44개사를 지원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최근 산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떠오른 탄소중립과 친환경 시대에 맞춘 사업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21일 이들 사업의 성과 사례를 발표하고 내년도 섬유산업 연구개발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성과보고회를 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연다.

대구의 산업용 섬유 전문 기업인 비에스지(대표 홍종윤)도 올해 이업종 융합 비즈니스 기반 조성사업을 통해 친환경 반려동물 이동용 가방을 개발했다.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에 무해한 바이오폴리우레탄 원단을 적용한 제품이다. 주로 가방 소재로 많이 쓰이는 폴리우레탄(PU)은 후가공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한 소재를 적용했다.

이 소재는 스포츠 아웃도어용 기존 바이오PU 소재보다 기계적 강도가 강해 반려동물 가방에 적합한 내마모성과 내열성 등을 갖췄다. 비에스지는 자사 반려동물 전용 쇼핑몰인 구루구루 등을 통해 반려동물 캐리어를 판매해 1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구의 삼성염직(대표 박재경)과 할리케이(대표 김현정)는 페트병 재활용 그린섬유 플랫폼 조성사업에 함께 참여해 투톤 캔버스 효과를 내는 가방을 개발했다.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r-PET) 원사 복합제직 기법을 활용했다. 기존 캔버스 원단의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 면 느낌이 나게 해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부드러워 친환경성과 기능성을 강화한 가방이다. 두 기업은 이 제품을 개발해 3억8100만원의 매출과 함께 3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했다.

호요승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은 “매달 세미나를 열어 친환경 탄소중립 시대의 섬유산업계 흐름을 공유하고 섬유기업 지원 정책을 알려 많은 기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내년에는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