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공장은 첫걸음일 뿐…한국, 디지털 생태계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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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 4.0' 창시자 헤닝 카거만 獨 공학한림원 회장
디지털 대전환 기반 마련한 한국
본격적 비즈니스 모델 혁신 위한
클라우드 등 데이터 공간에 투자해야
디지털 대전환 기반 마련한 한국
본격적 비즈니스 모델 혁신 위한
클라우드 등 데이터 공간에 투자해야
“한국이 디지털 대전환(DX)의 출발점으로 스마트 공장을 택한 건 올바른 결정이었습니다.”
지난 12일 독일 베를린 공학한림원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헤닝 카거만 공학한림원 회장(사진)은 “스마트 공장 보급으로 DX 기반을 마련한 만큼 이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나서야 할 때”라며 체계적인 DX 정책의 실행을 주문했다.
카거만 회장은 독일 정부가 2011년 공식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정책인 ‘인더스트리 4.0’을 주도한 인물이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제조업을 부흥하자는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 강국 부활’의 비기(秘器)로 불린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전통 제조업 중심 국가들이 새로운 시대 변화에 걸맞은 산업 정책을 수립하는 데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고 미국과 일본 등의 견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은 인더스트리 4.0의 ‘창시자’로 불리는 카거만 회장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독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인더스트리 4.0이란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해 독일의 수출 증가율은 2.8%로 전년(8.4%)의 절반 아래로 주저앉는 등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독일 정부는 2009년 전문가그룹을 소집해 에너지, 교통, 건강, 커뮤니케이션, 보안으로 구성된 5개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당시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SAP에서 은퇴해 공학한림원에 막 부임한 카거만 회장은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를 맡았다. 인더스트리 4.0이 본격 논의된 배경이다.
그는 “독일 산업의 핵심인 제조업을 튼튼하게 해야 위기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더스트리 4.0은 디지털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제조업이 무엇을 해야 할지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산업 경쟁력과 위기 저항력, 자원과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등 세 가지를 모두 강화하려 했다”고 했다.
카거만 회장은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은 현실의 모든 객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더스트리 4.0 추진 초기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가상현실(VR)을 제조업 현장에 적용해 현실과 가상을 융합하는 데 집중한 이유다. 제조 자산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자산관리셸(AAS) 같은 표준 제조 데이터 규격이 중요해졌고, 모든 산업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해 상호 운용성이란 개념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AI와 로보틱스 활용은 필수였다. 이런 고민을 기술적으로 풀어낸 것이 스마트 공장이다.
주목되는 점은 기존 공장을 획일적으로 다 뜯어낸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변화를 도모한 것이었다. 카거만 회장은 “우리의 해결책은 모든 공장을 디지털 공장으로 새로 다 짓는 게 아니라 기존 공장에 센서, 카메라 등을 장착해 인더스트리 4.0의 목표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2000년 이후 빠르게 발전한 IT산업이 기술적인 뒷받침이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공론이 뒤따랐다. 카거만 회장을 비롯한 인더스트리 4.0 관계자들은 첫 공식 정책 발표 이후 약 2년간 추가 논의를 거쳐 ‘스마트 서비스’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개인 맞춤형으로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량 생산 방식의 비용으로 생산하자”는 게 핵심 아이디어였다. 소비자는 상품뿐 아니라 개인화된 서비스까지, ‘제품+서비스’를 받는 소비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카거만 회장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은 스마트 공장과 함께 인더스트리 4.0의 두 축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개인정보, 생산 등 가치사슬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는 건 개별 회사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여러 기업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 생태계의 구축이 중요해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라마다 역사·문화적 배경이 다른 만큼 어떤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할 때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산업계를 향해선 “스마트 공장은 첫걸음이고, 중요한 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제조업의 DX를 위해 디지털 트윈 관련 기술이 주목받았다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 같은 데이터 공간에 투자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데이터 보호 같은 법과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디지털 대전환과 관련해 명령을 내리거나 지시하는 구조가 아니라 동행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린=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지난 12일 독일 베를린 공학한림원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헤닝 카거만 공학한림원 회장(사진)은 “스마트 공장 보급으로 DX 기반을 마련한 만큼 이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나서야 할 때”라며 체계적인 DX 정책의 실행을 주문했다.
카거만 회장은 독일 정부가 2011년 공식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정책인 ‘인더스트리 4.0’을 주도한 인물이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제조업을 부흥하자는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 강국 부활’의 비기(秘器)로 불린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전통 제조업 중심 국가들이 새로운 시대 변화에 걸맞은 산업 정책을 수립하는 데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고 미국과 일본 등의 견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은 인더스트리 4.0의 ‘창시자’로 불리는 카거만 회장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독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인더스트리 4.0이란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해 독일의 수출 증가율은 2.8%로 전년(8.4%)의 절반 아래로 주저앉는 등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독일 정부는 2009년 전문가그룹을 소집해 에너지, 교통, 건강, 커뮤니케이션, 보안으로 구성된 5개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당시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SAP에서 은퇴해 공학한림원에 막 부임한 카거만 회장은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를 맡았다. 인더스트리 4.0이 본격 논의된 배경이다.
그는 “독일 산업의 핵심인 제조업을 튼튼하게 해야 위기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더스트리 4.0은 디지털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제조업이 무엇을 해야 할지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산업 경쟁력과 위기 저항력, 자원과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등 세 가지를 모두 강화하려 했다”고 했다.
카거만 회장은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은 현실의 모든 객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더스트리 4.0 추진 초기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가상현실(VR)을 제조업 현장에 적용해 현실과 가상을 융합하는 데 집중한 이유다. 제조 자산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자산관리셸(AAS) 같은 표준 제조 데이터 규격이 중요해졌고, 모든 산업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해 상호 운용성이란 개념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AI와 로보틱스 활용은 필수였다. 이런 고민을 기술적으로 풀어낸 것이 스마트 공장이다.
주목되는 점은 기존 공장을 획일적으로 다 뜯어낸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변화를 도모한 것이었다. 카거만 회장은 “우리의 해결책은 모든 공장을 디지털 공장으로 새로 다 짓는 게 아니라 기존 공장에 센서, 카메라 등을 장착해 인더스트리 4.0의 목표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2000년 이후 빠르게 발전한 IT산업이 기술적인 뒷받침이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공론이 뒤따랐다. 카거만 회장을 비롯한 인더스트리 4.0 관계자들은 첫 공식 정책 발표 이후 약 2년간 추가 논의를 거쳐 ‘스마트 서비스’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개인 맞춤형으로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량 생산 방식의 비용으로 생산하자”는 게 핵심 아이디어였다. 소비자는 상품뿐 아니라 개인화된 서비스까지, ‘제품+서비스’를 받는 소비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카거만 회장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은 스마트 공장과 함께 인더스트리 4.0의 두 축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개인정보, 생산 등 가치사슬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는 건 개별 회사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여러 기업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 생태계의 구축이 중요해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라마다 역사·문화적 배경이 다른 만큼 어떤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할 때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산업계를 향해선 “스마트 공장은 첫걸음이고, 중요한 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제조업의 DX를 위해 디지털 트윈 관련 기술이 주목받았다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 같은 데이터 공간에 투자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데이터 보호 같은 법과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디지털 대전환과 관련해 명령을 내리거나 지시하는 구조가 아니라 동행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린=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