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하원이 지난해 1월 5일 발생한 의회폭동 사건 배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기소를 권고해서다.

미국 하원 1·6 의회난입조사특별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최종 보고서를 내고 법무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란 선동 △의사집행 방해 △미국 정부에 대한 사취 공모 △허위 진술 공모 등 4개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냈다. 미국 의회가 전직 대통령의 형사 처벌을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원 특위의 보고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 당시 백악관 및 정부 핵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10번의 공개 청문회와 1200명과의 인터뷰 끝에 작성됐다. 조사 기간은 1년6개월이었다. 최종 보고서는 21일 전체 공개된다.

하원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의혹을 의도적으로 제기하며 자신의 극우 성향 지지자들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하원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십 건의 선거 소송에서 패소하고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발생한 핵심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며 “그가 없었으면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원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라고 법무부에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원 특위가 거론한 혐의 가운데 일부가 특검이 살펴보는 대상과 일치하면서 특검 수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직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3항에 따르면 대통령을 포함한 국회의원 등 공직자가 반란 선동에 가담할 경우 직을 유지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도로 당파적인 위원회가 만든 가짜 혐의”라며 “나와 공화당을 떼어놓기 위한 의도”라고 반발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