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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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한국 경제에 대해 “침체로 가느냐 안 가느냐의 보더라인(경계선)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가 경기 침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7%이고, (특히) 상반기에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달 다수의 금통위원이 최종 금리 수준을 연 3.5%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시장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지 정책 약속은 아니다”며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 소비자물가는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나타내며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둔화 속도와 관련해서는 향후 국내외 성장 및 유가 흐름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물가 중심 통화정책…年 3.5% 최종금리 바뀔 수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0일 한국이 경기 침체의 경계선에 있다고 발언한 것은 내년 경기에 대한 경고음을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각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앞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하면서 특히 상반기(1.3%)가 하반기(2.1%)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이달 들어 국고채 장·단기 금리 역전이 지속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급격히 오른 기준금리가 조만간 내려간다고 보는 것”이라며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지표로 받아들이기에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 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것”이라며 “미국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내년 물가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는 국제 유가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꼽았다. 이 총재는 “국제 유가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최근 (배럴당) 70달러대로 낮아지면서 지난달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밑돌고 있다”며 “국내외 경기 둔화폭 확대, 부동산 경기 위축 등 수요 측 하방 압력도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중 전기요금 인상폭은 11월 전망 당시의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한국이 미국과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았던 이유는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했기 때문”이라며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다른 나라는 인플레이션이 빨리 낮아지겠지만, 한국은 (공공요금 인상 때문에) 물가를 낮추는 속도가 더뎌지는 반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지난달 예상한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3.6%)는 향후 수정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는 또 “지금 우리나라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적 위험이고 구조적 문제”라며 “주택 금융의 구조적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가계 전체적인 고정금리·변동금리, 선분양·후분양 등 많은 것이 관련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디레버리징도 단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로 살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