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생존'이 화두…테크 스타트업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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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유니콘 키우는 벤처캐피털
3분기 신규 투자금 40% 급감
기업가치 줄고 IPO 무산 잇따라
유니콘 꿈꾸다 M&A 매물되기도
내년도 투자 가뭄 이어지지만
SaaS·소부장·AI·자율주행 등
기술 스타트업엔 지갑 열릴 듯
3분기 신규 투자금 40% 급감
기업가치 줄고 IPO 무산 잇따라
유니콘 꿈꾸다 M&A 매물되기도
내년도 투자 가뭄 이어지지만
SaaS·소부장·AI·자율주행 등
기술 스타트업엔 지갑 열릴 듯
#1 컬리가 지난해 말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할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무려 4조원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격히 침체에 빠지면서 컬리는 아직도 증시에 상장하지 못했다. 현재 장외 시장에서 컬리의 몸값은 1조원대에 그친다.
#2 명품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발란은 지난 4월 10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추진하면서 예상 기업가치를 8000억원까지 내다봤다. 직전 자금 조달시 평가받은 기업가치 대비 4배 높여 잡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투자를 마무리하면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000억원이었다. 투자금도 250억원에 그쳤다.
올 한 해 벤처투자 시장의 키워드는 ‘혹한기’로 요약된다.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속화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투자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지난해까지 넘치는 유동성이 뒷받침했던 ‘제2의 벤처 붐’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움츠린 스타트업들은 저마다 몸값을 낮췄다. 투자금도 줄어들었다. “빠르게 성장해 온 스타트업이 그만큼 빠르게 무너진 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벤처캐피털(VC)들 역시 내년 이후에도 ‘관망’에 방점을 찍은 분위기다.
중·후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눈높이를 낮춰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국내 프롭테크 1위 업체인 직방은 올 초 3000억원 규모 프리IPO를 추진하면서 기업가치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6월 투자를 마무리할 때 인정받은 몸값은 2조4000억원 수준이었다. 투자금도 1000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또 신선식품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은 상반기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4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예상했지만, 지난달 일부 자금을 조달할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1000억원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스타트업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국내 대표적인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스타트업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수익성 악화로 인력의 10%를 권고사직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또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 회’ 운영사 오늘의식탁은 협력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휘청이다가 지난 9월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결국 매각 카드를 꺼내 든 회사들도 속출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왓챠는 LG유플러스에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론된 기업가치는 500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5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기대했지만, 경쟁이 격화된 OTT 시장과 나빠진 대외 환경이 발목을 잡았다.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꿈꾸던 물류 대행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는 매각을 추진하다가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VC들은 스타트업을 향해 ‘생존’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일부 IMM인베스트먼트 대표(CIO)는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찾고 수익성을 증명해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창규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자금을 재빨리 조달해야 한다”며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 생존을 위해선 투자자의 역할이 재정립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시장 환경이 좋을 땐 극초기 기업의 구주도 시리즈A 라운드에서 거래됐지만 당분간 그런 역동적인 시장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정말 긴 호흡으로 함께 할 수 있을 때만 베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혹한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테지만 투자 기회는 여전히 있다. VC들은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플랫폼 비즈니스보다 ‘기술’을 가진 회사에 지갑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와 IMM인베스트먼트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반도체 등 테크분야를 내년 주목할 산업 키워드로 꼽았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블록체인 인프라 기반의 웹3.0 스타트업을, KB인베스트먼트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을 내년 주요 투자 분야로 제시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2 명품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발란은 지난 4월 10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추진하면서 예상 기업가치를 8000억원까지 내다봤다. 직전 자금 조달시 평가받은 기업가치 대비 4배 높여 잡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투자를 마무리하면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000억원이었다. 투자금도 250억원에 그쳤다.
올 한 해 벤처투자 시장의 키워드는 ‘혹한기’로 요약된다.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속화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투자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지난해까지 넘치는 유동성이 뒷받침했던 ‘제2의 벤처 붐’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움츠린 스타트업들은 저마다 몸값을 낮췄다. 투자금도 줄어들었다. “빠르게 성장해 온 스타트업이 그만큼 빠르게 무너진 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벤처캐피털(VC)들 역시 내년 이후에도 ‘관망’에 방점을 찍은 분위기다.
몸값 낮추고, 인력 줄이고... ‘위기의 한 해’
2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집행된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5조3752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신규 투자금은 1조25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1% 급감했다. 특히 중·후기 단계 스타트업들은 한파가 더욱 체감됐다. 업력 3~7년 차 스타트업은 3분기까지 누적 2조2020억원을 투자받아 지난해 같은 시점(2조4566억원)보다 투자 규모가 10.4% 줄었다. 중기부는 “전 세계적인 벤처투자 심리 악화가 국내에도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중·후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눈높이를 낮춰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국내 프롭테크 1위 업체인 직방은 올 초 3000억원 규모 프리IPO를 추진하면서 기업가치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6월 투자를 마무리할 때 인정받은 몸값은 2조4000억원 수준이었다. 투자금도 1000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또 신선식품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은 상반기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4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예상했지만, 지난달 일부 자금을 조달할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1000억원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스타트업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국내 대표적인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스타트업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수익성 악화로 인력의 10%를 권고사직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또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 회’ 운영사 오늘의식탁은 협력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휘청이다가 지난 9월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결국 매각 카드를 꺼내 든 회사들도 속출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왓챠는 LG유플러스에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론된 기업가치는 500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5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기대했지만, 경쟁이 격화된 OTT 시장과 나빠진 대외 환경이 발목을 잡았다.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꿈꾸던 물류 대행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는 매각을 추진하다가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내년도 ‘먹구름’... 테크 스타트업 주목
VC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는 그나마 이전에 만든 벤처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남아 있어 투자 집행이 이뤄졌지만, 내년부터는 VC들이 펀드 결성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모태펀드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올해 5200억원인 중기부의 모태펀드 출자 예산은 내년에는 3235억원으로 40%나 축소될 예정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VC들은 스타트업을 향해 ‘생존’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일부 IMM인베스트먼트 대표(CIO)는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찾고 수익성을 증명해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창규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자금을 재빨리 조달해야 한다”며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 생존을 위해선 투자자의 역할이 재정립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시장 환경이 좋을 땐 극초기 기업의 구주도 시리즈A 라운드에서 거래됐지만 당분간 그런 역동적인 시장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정말 긴 호흡으로 함께 할 수 있을 때만 베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혹한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테지만 투자 기회는 여전히 있다. VC들은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플랫폼 비즈니스보다 ‘기술’을 가진 회사에 지갑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와 IMM인베스트먼트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반도체 등 테크분야를 내년 주목할 산업 키워드로 꼽았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블록체인 인프라 기반의 웹3.0 스타트업을, KB인베스트먼트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을 내년 주요 투자 분야로 제시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