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장회사 인수합병(M&A) 때 대주주 지분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지분도 경영권 프리미엄(웃돈)을 포함한 가격으로 일정 수준 이상 인수하도록 강제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대주주에게만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해온 국내 M&A 관행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상장회사 M&A하려면 개미 지분도 사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장사의 경영권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을 때 해당 매수인은 경영권 지분과 함께 소액주주 지분도 추가 매입해 총 50%+1주 이상을 보유하도록 의무적으로 공개매수를 해야 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대주주의 지분 매입 가격과 동일해야 한다.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50%를 초과하면 안분 비례 방식으로 매수 물량을 할당한다.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50%에 미달해도 매수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한다. 기존 대주주로부터 경영권 지분 50% 이상을 취득할 때는 공개매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 구조조정 등 산업 합리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등도 예외다.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홍콩 등은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두고 M&A 때 소액주주에게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매각할 기회를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7년 1월 의무공개매수제를 도입했지만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1998년 2월 폐지했다.

금융위는 법 개정을 거쳐 이르면 2024년부터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동훈/서형교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