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은퇴 후에는 여가시간이 늘어납니다. 은퇴 후 생활비 조달을 위한 재무적인 노후설계도 중요하지만, 갑자기 늘어난 여유 시간을 관리하는 문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60세에 은퇴해 25년 정도를 더 산다고 했을 때 주어지는 삶의 시간이 무려 22만 시간입니다. 90세를 넘긴다면 30만 시간을 훌쩍 넘기게 됩니다. 여기에서 먹고 자는 등의 시간을 뺀 가용 시간만 해도 10만~15만 시간에 이릅니다.

직장을 다닐 때는 출퇴근을 포함해 하루 10시간, 일주일에 50시간은 별다른 고민 없이 채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퇴하게 되면 모든 시간을 스스로 고민해서 채워야 합니다.

은퇴 후 시간 관리에는 일, 배움, 봉사활동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가 활동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어떤 여가 활동을 하며 살아갈지 미리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당연히 함께 고려해야 할 게 여가 활동비입니다.

여가 활동비는 개인의 성향이나 재무 상황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지출 항목입니다. 독서나 등산같이 비용이 거의 들지 않거나 부담이 적은 여가 활동이 있는 반면, 해외여행이나 골프와 같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여가 활동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60대 이상 여가 활용 현황(복수응답)을 살펴보면 하고 싶은 여가 활동으로 관광 활동(67.7%)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실제 하고 있는 여가활동은 TV시청(89.9%)이나 휴식활동(73%)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여가 활동에 재무적인 상황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여가 활동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희망하는 여가 활동이 노후 생활비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 신체 능력 저하로 여가 활동비 측면의 소비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제 부모님의 경우 은퇴 직후인 60대에는 미주, 유럽 등 장거리 해외여행을 상당히 자주 다니시더니 70대에 접어들어서는 동남아나 일본 등 비교적 근거리 해외여행을 즐기셨습니다. 80대가 가까워진 요즘에는 국내 여행을 자주 다니십니다. 혹시 비용 문제인가 해서 여쭤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몸이 힘들어서'였습니다.

신체 능력이 저하되면서 활동성이 줄어들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대표적인 지출이 바로 여가 활동비입니다. 여가 활동비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여가 활동을 희망한다면 별도의 여유자금을 준비하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또는 은퇴자산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하면서 초과수익이 발생하는 수준에서 여가 활동을 정하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여가 활동은 필수생활비가 아닌 만큼 초과수익이 생기면 보너스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여가 활동은 은퇴 후 삶의 만족도 측면이나 시간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인 만큼 무조건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에서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NH WM마스터즈 김진웅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