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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김두현 하나증권 기업분석팀 연구위원


"조정장은 성장주 싼 값에 담을 수 있는 기회"
"대형 성장주 밸류체인 파악 필수…오버행 일정도 체크해야"
"확장현실(XR), 알고보면 메가 테마…콘텐츠주 주목"
김두현 하나증권 기업분석팀 연구위원.
김두현 하나증권 기업분석팀 연구위원.
"'금리인상기엔 성장주보단 가치주에 관심 가져라'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반대로 성장주를 담아야 할 때로 봅니다. 자산가들도 저 PER(주가수익률) 종목에 투자하느니 실적이 나오는 성장주에 투자하고 있죠. 특히 중·소형 성장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예시로 LG에너지솔루션처럼 실적이 꾸준히 늘어나는 대형 성장주의 밸류체인에서 투자처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몰캡(중·소형주) 분석 전문가로 꼽히는 김두현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장에서 펀드 매니저를 만나면 낮은 PER을 형성한 가치주와 중·소형 성장주 중에서 투자를 고민한다"면서 "PER이 낮은 종목보단 주가 모멘텀이 많은 성장주 섹터의 중·소형 종목을 추천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같은 장에선 저 PER 가치주와 성장주의 이분법적인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김두현 연구위원은 내년 유망한 업종으로 '2차전지 장비'를 비롯해 '확장현실(XR)', '로봇' 등을 꼽았다. 우선 이 업종들은 내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를 시작으로 주가 모멘텀이 될만한 이벤트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실적도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금리인상기에도 안정적인 주가 흐름까지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주식시장에선 저 PER보단 주가 모멘텀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본다"면서 "성장주 섹터에서도 수익을 내는 종목을 눈여겨보는 것이 중요한데, 주가 모멘텀까지 풍부한 중·소형 성장주들이 내년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성장주 섹터에서 알짜 스몰캡을 구별하기 위해선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주들의 투자 계획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형주들의 투자 계획에 따라 스몰캡들이 내년 자체 전망(가이던스)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경 마켓PRO는 김두현 연구위원을 통해 금리인상기 중·소형 성장주를 담아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내년 스몰캡 시장에서 유망한 업종은?

"올해 중앙은행들의 가파른 금리인상에도 성장주들의 투자 수익률은 꽤 괜찮았습니다. 금리인상기 성장주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빗나갔죠.

저는 내년 유망 업종으로 2차전지 장비, XR, 로봇을 보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회귀) 추세와 함께 협동로봇에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현지에 공장 건설을 하는 국내외 기업들도 고임금 등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협동로봇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내년 하반기 중에 출시 예정인 웨어러블 주행 보조 로봇 '젬스 힙'(GEMS Hip)의 출시에 따라 로봇 관련주가 시장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선호주로 '에스피지'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로봇에 들어가는 감속기 등 부품을 만들고 있죠.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XR업종 투자의 경우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XR관련 부품(카메라 등)과 콘텐츠입니다. XR은 굉장히 큰 메가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성이 정체된 게임주들이 향후 XR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죠.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3000만대 수준인 XR 기기 출하량이 오는 2025년 1억5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XR기기 관련 종목으론 '뉴프렉스', '선익시스템', '나무가' 등이 있으나, 전 XR 콘텐츠 관련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코넥', '포바이포'가 있습니다. 스코넥은 게임 개발업체로, 내년 중에 XR게임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포바이포의 경우 메타버스에 필수적인 화질개선 업체죠. XR에선 8K 이상의 고화질이 필수적입니다.

2차전지 장비 업종에선 대형주의 투자 현황을 살펴야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2차전지 대형주들은 내년에도 국내외 생산능력(캐파) 증설 계획을 가지고 있죠. 저는 투자 규모가 가장 큰 LG에너지솔루션 밸류체인을 주목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에이프로'와 '디이엔티'가 있습니다. 이 종목들은 LG에너지솔루션에만 장비를 납품하고 있죠. LG에너지솔루션 내년 투자 계획을 통해 이들 종목의 수혜 규모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내년 가치주가 아닌 '성장주'를 추천하는 배경은?

요즘 같은 장에선 가치주보단 성장주 투자가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주변 자산가들은 현재 PER이 낮아진 가치주보단 실적이 찍히는 중·소형 성장주를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조정장이 성장주를 저렴하게 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

그리고 가치주가 무조건 수익률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통상 가치주 투자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실적 턴어라운드 종목을 노려야 합니다. 최근 시장에선 소비재주들이 가치주로 부각을 받고 있죠. 바로 중국의 리오프닝 수혜 기대감 때문인데, 저는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소비재의 경우 철저한 데이터 기반(월간 판매량 등)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금은 기대감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상황이죠.

더군다나 내년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수 소비재주 투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내년 자체 가이던스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흔히 시장에서 말하는 종목장세는 박스권을 의미합니다. 개별 이슈에 따라 종목의 주가가 움직이는 것이죠. 성장주들은 가치주보다 월별 이벤트 등 호재성 이슈가 많습니다. 저는 현 상황에서 PER 7~8배의 소비재주와 10~20배 PER의 성장주 중에서 고르라고 하면, 성장주 투자에 나설 것입니다. 시장이 안 좋을 때는 개별 이벤트나 모멘텀이 더 부각되기 때문이죠.

▷스몰캡 투자에 앞서 '이것' 만큼은 챙겨봤으면 하는 것은?

IT업종 투자 시 사업보고서 내 연구·개발(R&D) 내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R&D 내역을 통해 미래 산업에 얼마나 투자,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해당 IT 종목이 어떤 테마에 속하는지, 나아가 테마에서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R&D 내역으로 추측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동시에 봐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소형주는 대기업들의 밴더사입니다. 대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따라 이들 기업의 실적도 달라지기 때문이죠. 또 대기업 투자 방향에 따라 차세대 산업이 테마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만약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OLED 투자를 발표할 경우 LG디스플레이에 장비를 납품하던 업체들의 실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주가도 우상향하겠죠.

시장의 우려에도 바이오업종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만큼, 내년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될 경우 바이오주부터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근데 임상 결과 지연 등 신약 개발에만 몰두하는 바이오주보단 의약품 판매 등으로 실적이 꾸준히 내는 종목을 중심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삼천당제약과 같은 종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투자 수익률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은?

내년에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가치주보단 성장 섹터에서 수주가 확실한 중·소형주를 봐야 합니다. 금리인상기에 성장주가 무조건 꺾이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만 봐도 성장주에서 상당한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단 수급의 민감한 코스닥 종목의 경우 오버행(잠재적 물량 부담) 등의 일정은 꼭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차피 매크로와 별개로 종목 주가는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수주가 확실한 성장주가 인건비 등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 마진이 무너져도 주가는 괜찮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봅니다. 그만큼 성장주가 주는 프리미엄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단 의미이기도 하죠.

내년은 금리 인상 여파와 함께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동성이 넘쳐날 때는 아무 종목이나 사도 주가가 올랐지만, 내년 주식시장에선 분석(대형주 밸류체인 파악 등)을 통해 종목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내년 CES 2023 등과 같은 이벤트에서 차기 투자 테마를 발굴하는 것도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 방법입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