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데이터 2.0 전략 '개방에서 활용으로'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공공데이터 최강국이다. 나라별 공공데이터 수준을 가장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가에서 한국은 3년 연속(2015년 2017년 2019년) 종합순위 1위를 달성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공공데이터 개방을 추진했음을 생각하면 후발주자인 한국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한국 사람은 한번 하면 확실히 하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2013년 공공데이터법이 시행되자 정부는 데이터 개방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정부3.0’이라는 정부혁신 모델을 만들기도 했고, 2018년에는 수작업으로 정부 차원의 공공데이터 보유 현황을 전수 조사하기도 했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런 노력이 쌓여 한국이 공공데이터 최강국에 올라설 수 있었다.

데이터는 빠르게 늘어났지만 활용 사례는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개방에 급급하다 보니 공공데이터가 민간이 활용하기에 부족하기도 했고 이를 활용할 전문가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21년 행정안전부의 ‘공공데이터 개방 2.0 전략’이다. 핵심은 데이터 개방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와 품질 중심으로 전환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활용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공공데이터 개방 2.0이 추진되면서 활용 방식에서 큰 변화가 감지됐다. 공공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지능형 서비스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마스크 재고 정보와 같이 민간이 데이터를 생산하고 분석해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올해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연 ‘제10회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를 보면 수상작의 60%가 결식아동, 빈집, 재난 등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이제 한국은 개방뿐 아니라 활용에서도 최강국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데이터 활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공익데이터 활성화가 필요하다. 공익데이터란 민간이 만든 데이터로 공공의 이익 증진에 필요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정부가 만든 데이터만 가지고는 기후·노동 위기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대전환’의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민간이 가진 데이터의 위력을 실감한 바 있다. 민간의 유용한 데이터가 우리 사회의 공공재가 돼 활발하게 활용되도록 제도와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두 번째로 ‘공공데이터 활용능력 인증제’ 도입을 제안한다. 공공데이터는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아주 좋은 재료가 된다. 하지만 개발 능력이나 서비스 창의성 등 옥석을 가릴 방법이 없으면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공데이터 개방과 더불어 우수 활용자에게 객관적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면 창의적 인재 유입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 높은 활용 케이스를 양산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1월, 앞서 언급한 ‘제10회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를 참관했다. 초보자인 대학생부터 경험 충만한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발표자가 마치 데이터를 가지고 춤을 추며 신나게 노는 듯했다. 무대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그래야 창의가 발현되고 혁신이 행해질 수 있다. ‘공공데이터 2.0’이 수많은 인재가 혁신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런 무대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