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지는 조합 설립 직후부터 시공사를 뽑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신속통합기획 대상지가 아닌 대다수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시기는 현행대로 조합 설립 인가 다음 단계인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유지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일반 조합들도 사업 초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는 지난 19일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정비계획을 수립한 정비구역에 한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 설립 인가 이후로 규정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 조항을 삭제하는 조례 개정안도 함께 상정됐지만 심의가 보류됐다. 개정안은 22일 열리는 시의회 본회의에서 확정된다.

서울 시내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안전진단→조합 설립 인가→사업시행인가→시공사 선정→관리처분계획 인가→이주·철거→준공 순으로 진행된다. 통상 재건축의 경우 조합 설립 후 사업시행인가까지 3년 이상 걸린다.

해당 조례 상위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 설립 이후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시만 유일하게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시공사 선정 시기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사업 초기 조합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 후 설계를 변경하는데, 그럴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같은 날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시나 자치구가 지원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도 보류시켰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아파트 단지의 장기수선충당금을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을 검토 중인 만큼 조례 개정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