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술패권 시대의 승자가 되려면
새해 세계 경제 전망이 매우 불투명해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초긴장 상황이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디지털, 그린 분야의 대전환이 기업은 물론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전망이다. 대전환 시대에 과학기술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과학기술 역량 없이는 생존조차 어렵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 패권 경쟁도 과학기술이 중심이 된 기술패권 경쟁이다. 기술은 이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안보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기술패권 시대에 승자가 되려면 국가 과학기술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효율화, 인재 양성, 정부의 과학기술 조직 및 정책 거버넌스 혁신 등 당면과제의 실행도 중요하나 더욱 근본적 혁신이 시급하다.

먼저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선도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과학기술 선도국가란 흔히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강국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으나, 국가의 의사결정을 과학기술이 선도하는 국가라는 의미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과학기술에 근거한 국정 운영과 일맥상통한다. 즉, 국가의 모든 의사결정과 국정이 과학기술적 사고와 근거에 입각해 이뤄지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 산학연 과학기술 생태계의 역량 제고는 물론이고 정치·행정·사회 등 각계 지도자와 일반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대폭 올려야 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과학기술 중심 국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 등 최고지도자 그룹은 매월 혁신 기술에 대한 집중적 집체교육을 소화하고 있고 2025년까지 15% 이상, 2035년까지 25% 이상의 국민이 과학기술 소양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국가 계획을 지난 8월 발표했다. 과학기술 대중화를 과학기술 강국의 필수조건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과학기술 강국 목표를 과학기술인과 과학기술 부처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전 국민과 전 부처가 참여하는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을 이룰 수 있도록 전반적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과학기술 전략 패러다임을 기술 중심에서 기술 및 미션 중심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기술 중심의 패러다임으로는 비약적 발전이 쉽지 않다. 사회 문제 및 비전 기반의 미션 중심으로 확대해 국가적 공감대를 통한 획기적 도약을 추진해야 한다.

과거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주창한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계획이 미션 중심 패러다임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미국은 아폴로 계획을 통해 미 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인간을 달에 보내는 데 필요한 수천 가지 혁신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함으로써 당시 소련에 뒤지던 우주 기술을 단번에 앞선 것은 물론 일약 세계 최고의 기술패권 국가로 도약했다. 유럽연합(EU)도 이를 벤치마킹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구현, 치매 퇴치 및 사회적 부담 해소 등 사회 문제 해결과 비전 구현을 위한 미션 중심의 과학기술 전략 추진으로 재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도 기존의 기술 중심 국가 과학기술 전략에서 진일보해 아폴로 계획과 같이 과학기술 역량을 일거에 세계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미션 중심 전략으로 고도화할 것을 제안한다. 세계가 공감하는 미션을 설정하고 우리 특유의 융합 및 실용화 역량으로 국내외 기술을 총동원한다면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위기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