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핵실험 징후 등을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는 초소형 정찰 위성군(群) 개발사업에 1조4223억원을 투입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장을 맡을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에 ‘우주개발사업 민간 이전 추진단’을 구성하고 한국 우주산업을 2045년 160조원 규모로 확대한다. 또 전남, 경남, 대전을 축으로 삼각 형태의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2031년까지 8000억원을 들여 조성하기로 했다.
민간 주도 '우주시대' 연다…한반도 상공엔 44기 위성網
정부는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22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심의 의결했다. 우주위는 우주분야 정책을 확정하는 최상위 법정기구다. 이날 회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국가우주위원회로, 지난달 윤 대통령이 직접 밝힌 우주경제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먼저 전자광학(EO) 위성 4기와 영상레이더(SAR) 위성 40기로 구성된 초소형 군집위성 체계를 2030년까지 구축한다. 안보를 위해 군이 개발 중인 대형 정찰위성(425 위성 등) 관측 공백을 보완하는 위성이다. 위성 탑재체의 주요 요소인 안테나 송수신 장치 등 핵심 부품과 소재 국산화율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날 확정된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의 핵심은 민간 주도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이다. 한국은 정부 주도의 발사체와 위성 제조 역량을 확보했다. 하지만 우주기업 389곳 중 연 매출 10억원 미만의 기업이 255개(65.6%)에 달할 정도로 산업이 영세하다.

정부는 우주기본법을 제정해 우주경제 개념을 새로 규정하고, 이와 별도로 우주산업법도 제정해 발사체(로켓)와 위성 등 관련 기업을 다양하게 지원하기로 했다. 우주 스타트업도 100개 이상 육성한다. 누리호, 다누리(한국 첫 달 탐사선) 등 그간 쌓은 공공기관의 노하우를 기업에 적극 넘겨 한국 우주시장 규모를 세계 시장의 1%(3조4200억원)에서 2045년 10%(16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대신 정부는 우주 연구개발(R&D) 규모를 올해 기준 7300억원에서 2030년 2조1000억원 이상으로 늘리면서 상징적인 기술 개발과 탐사에 집중한다. 최근 임무 궤도 진입을 시작한 다누리 후속으로 달 착륙선을 개발해 2032년 달 표면 탐사에 나선다.

화성 탐사 계획도 처음 밝혔다. 내년부터 화성 궤도선과 착륙선 개발·기획 연구를 동시에 시작한다. 착륙선의 기술적 난도가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한 일정이다. 2035년 화성 궤도 탐사를 진행하고 2045년 화성에 유인 착륙해 대기 및 토양을 연구한다. 우주 쓰레기로 떠도는 위성을 지구로 데려오는 ‘포집위성 1호’도 개발한다. 1993년 9월 발사돼 수명을 다하고도 지구 상공 800㎞ 궤도를 돌고 있는 우리별 2호를 2027년 포집해 지구로 귀환하는 ‘우리별 귀환 프로젝트’다.

우주산업 클러스터는 전남과 경남, 대전의 3각 벨트로 확정했다. 로켓 특화지구로 지정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외나로도) 남쪽 해변에 민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발사장을 건설한다. 인근 약 173만㎡(약 52만 평)에 로켓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위성 특화지구로 지정된 경남에는 진주·사천시 인근에 165만㎡(약 50만 평) 규모 산업단지를 건설한다. 대전시는 우주 인재 개발 특화지구로 지정해 다양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진원/이해성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