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내 펀드 괜찮나요"
통상 주주·경영진 바뀌면 운용역도 교체
메리츠운용 "투자자들 괴리 없게 할 것"
최근 메리츠운용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앞서 보도된 메리츠자산운용 매각 기사와 관련해 현재 매각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운용 중인 펀드는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투자대상과 투자방법에 따라 변함 없이 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회사의 이 같은 입장문은 자신의 펀드 상황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부쩍 늘어난 탓입니다. 메리츠운용 한 관계자는 "매각 관련 기사가 많이 나갔다보니 최근 들어서 자신의 펀드에 미칠 악영향은 없는가 문의해 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메리츠운용이 굴리는 펀드가 적지 않습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현재 메리츠운용이 운용하고 있는 공모펀드(운용규모 10억원 이하 소규모펀드 제외)는 총 317개입니다.
이 중에서 해외 주식형 펀드는 76개로 설정액은 5829억원 수준입니다. 최근 6개월간 평균 수익률(이달 19일 기준)은 0.49%로 벤치마크 수익률(2.07%)보다 낮았습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총 52개로 설정이 4660억원에 이르는데요. 같은 기간 손실률은 4.82%로 벤치마크인 코스피200(-4.58%)을 소폭 밑돌았습니다. 전체 펀드들 가운데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존 리 전 대표가 만든 대표펀드 '메리츠코리아펀드'입니다. 이 펀드가 굴리는 자금만 2656억원입니다.
운용사는 문제없다고 하지만 투자자들의 걱정은 일리가 있습니다. 과거 사례만 봐도 작년 하이자산운용이 블랙록자산운용 리테일 부문을 품을 때나,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우리자산운용과 합병할 당시 그 시기를 즈음해 합병에 따른 책임운용전문인력 변경 공시가 잇따랐습니다. 이처럼 통상 운용사의 주주나 경영진이 교체되면 펀드매니저 변동 우려가 뒤따릅니다. 펀드매니저들은 운용 스타일과 역량이 저마다 달라서, 펀드 운용성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인데 혹여나 매니저 교체 등으로 '내가 가진 펀드에 영향은 없을까'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죠.
실제로 학계에서 펀드매니저 교체와 펀드 성과 간의 관계를 입증한 논문도 나왔습니다. 박영규 성균관대 교수와 주효근 신한투자증권 OCIO센터 부서장(교신저자)은 2018년 발표된 논문 '펀드매니저 교체가 펀드의 성과, 위험, 자금흐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연구 결과 교체 전까지 성과가 부진했던 펀드는 수익률이 나아지는데, 반대로 성과가 좋았던 펀드는 오히려 교체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운용역 교체 이후 성과가 급격히 달라지진 않지만 우수한 펀드매니저의 교체가 기존 펀드 투자자들에게 적신호인 것은 분명하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메리츠운용은 매각 이후로도 기존의 펀드에 "큰 변화 없다"는 입장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매각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최근 KCGI를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구체적으로는 KCGI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아닌, KCGI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 대주주가 협상자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를 두고 메리츠운용 관계자는 "양해각서에도 기존 펀드투자자들이 괴리를 느끼지 못하게 펀드 운용과 관련해선 최대한 변화가 없게끔 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운용사 주주만 바뀌는 것이지 자체 운용팀은 존속될 테니니 기존 펀드 투자자들은 매각 관련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니 이달 초 기준 메리츠운용의 펀드매니저 수는 7명으로 최근까지도 운용역 채용이 이뤄졌습니다.
시장 일각에선 메리츠운용 매각을 꼭 악재로만 볼 사안은 아니란 의견도 나옵니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메리츠운용 펀드들의 성과가 벤치마크를 웃돌 정도의 성과를 내지 않았지 않느냐"며 "그간 대외적으로 활발한 존 리 전 대표의 행보로 인해 덕도 많이 봤지만 위기도 많이 맞았다. 경영리스크 측면에서 봐도 이번 매각이 오히려 펀드 투자자들로서도 성과 반전의 좋은 모멘텀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마 대표는 "운용사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교체는 분명 중대 사안인 만큼, 펀드 투자자들은 운용역 교체를 전후로 긴장감을 갖고 펀드 성과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