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트·커리·메시…'성불의 해'로 기억될 2022년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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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올해 초부터 2022년은 많은 사람들이 향후 100년간 오지 않을 '콩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2122년이 오기 전까지 한 해에 '2'라는 숫자가 가장 많이 들어간 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이 저무는 최근,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이 같은 전망과는 정반대로 스테픈 커리, 데프트(김혁규), 리오넬 메시 등 스포츠 스타들이 숙원을 풀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2년은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콩의 해'가 아닌 '성불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콩'이라는 말은 2등 혹은 준우승을 뜻하는 은어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인기 있던 시절에 지금은 포커 플레이어로 활약 중인 홍진호가 스타크래프트의 프로게이머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것이 어원이다. 그의 성인 '홍'을 '콩'으로 변형해 부른 것이 그의 '2등 징크스'와 맞물려 생긴 단어다,
하지만 홍진호는 올해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2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 대회 76번째 이벤트 포커 명예의 전당 바운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상금 27만6067달러(약 3억6000만 원)와 우승 팔찌를 차지하며 준우승 징크스를 털어냈다. 홍진호의 좋은 기운이 퍼진 덕분인지 다른 스포츠에서도 선수들이 숙원을 푸는 기록들이 쏟아졌다. 우선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데프트가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데프트는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중국리그 LPL 등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베테랑이다. 하지만 유독 롤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전에 총 6번의 롤드컵에 출전한 그의 가장 좋은 성적은 4강일 정도로 매번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올해 6전 7기 도전 끝에 언더독으로 평가받았던 DRX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써내려가며 마침내 꿈을 이뤘다. 미국 프로농구(NBA) 슈퍼스타인 커리 역시 한풀이에 성공했다.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파이널 MVP를 차지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세 차례 우승,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 올스타전 MVP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음에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2015년 우승 당시 커리는 평균 26점 6.3어시스트로 돋보였지만 MVP는 안드레 이궈달라에게 돌아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같은 팀 동료인 케빈 듀란트에게 밀려 MVP를 놓쳤다. ESPN에 따르면 우승반지 4개, 2회 이상 정규 시즌 MVP, 파이널 MVP를 모두 받은 선수는 커리가 6번째다. 커리에 앞서 이 같은 기록을 달성한 선수로는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카림 압둘자바, 르브론 제임스, 팀 던컨 등 5명이 있다. 지난 19일 메시가 FIFA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올해 성불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출전하기 시작한 메시는 16년 만에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쥘리메컵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의 고국인 아르헨티나로서는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했던 지난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의 우승이다.
메시는 FC 바르셀로나에서 라리가 10회 우승을 비롯해 코파델레이(스페인 국왕컵) 7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 UEFA 슈퍼컵과 FIFA 클럽 월드컵 3회 우승 등을 기록했다. 현재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망에서도 2021~22 리그앙 우승을 경험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05년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 세계 청소년 선수권(현재 U-20 월드컵) 우승을 해냈고 지난 2008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했다.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이었던 월드컵 우승을 올해 차지하며 역사상 최고의 축구 선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 이들의 '성불 행진'이 이어지며 데프트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는 스포츠계를 관통하는 '밈'이 됐다. 내년에는 또 어떤 선수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새로운 드라마를 써 내려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