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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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1월 주택 판매 건수는 409만 건으로 코로나19 초기 저점을 찍었던 2020년 5월 407만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11월 기존주택 판매 건수가 전월보다 7.7% 감소한 409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2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해 지난 1999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장기 기록을 경신했다. NAR 측에 따르면 코로나19 변수가 나타났던 2020년을 제외한다면 11월 거래량은 201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얼어붙은 주요 요인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주택 구입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택금융회사엔 프레디맥에 따르면 11월에 거래된 매물 중 상당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10월과 11월 초에 계약이 체결됐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평균 연 7.08%에 달했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에서 거절당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주택 시장 냉각에는 기업형 투자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3분기 미국에서 기업형 투자자들이 매수한 주택은 6만5000여 가구로 전년 동기(9만4000여 가구)보다 30.2%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2분기를 제외하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이기 이후 최대폭 감소이다. 지난 3분기 전체 주택 매매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27.4%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더 빠르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은 지난해보단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다. 11월에 팔린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7만700달러로 10월 37만8800달러보다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5% 상승했지만, 이는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전년 대비 집값 상승률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15%에 이르렀으나, 7월 이후 한 자릿수대로 내려오는 등 꾸준히 그 폭을 줄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1월 초 연 7.08%에서 12월 연 6.6%까지 내려왔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주 연속 하락하면서 시장이 녹고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월평균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은 올해 금리가 최고치에 달했던 몇 주 전보다 거의 200달러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주택대출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6년과 2009년 사이에 미국의 집값이 28% 하락하면서 약 1100만 채의 주택 가치가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밑돌게 되었고, 이는 광범위한 △채무불이행 △금융 시스템 붕괴 △심각한 경기 침체를 촉발시켰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려면 주택 가격이 최고점에서 40~45% 수준으로 하락해야 한다. WSJ은 “ 금융위기를 겪은 뒤 은행들은 대출받는 이들이 상환액을 감당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볼 많은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