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공매도 통했다"…주가 떨어지자 올해 19조원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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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금리 인상, 머스크 리스크 등에
테슬라 주가 65% 하락하며 이익
금리 인상, 머스크 리스크 등에
테슬라 주가 65% 하락하며 이익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마침내 결실을 봤다. 지난해엔 예상치 못한 주가 상승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올해는 주가가 65% 넘게 떨어지면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머스크 리스크' 여파 등으로 인해 테슬라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S3파트너스 자료를 인용해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들이 올해 총 150억3000만달러(약 19조원)를 벌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되갚고 차익을 거두는 식이다. 예측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본다.
테슬라 주가가 고속질주하던 2020년 많은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뛰어들었다. 당시 '테슬라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과도 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주가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액면분할 후 기준으로 2020년 초 주당 30달러에 거래되던 테슬라 주식은 지난해 11월 400달러를 돌파했다. 이로 인해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들은 2020~2021년 510억달러에 달하는 장부상 손실을 입었다.
공매도 열기는 차갑게 식었다. 테슬라 공매도 잔액은 지난해 1월 51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평균 193억달러로 줄어들었다. 현재 공매도 비중은 전체 테슬라 유통 주식 대비 3%로 2년 전(10%)에 비해 크게 꺾였다. 미국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인 시트론리서치의 설립자인 앤드류 레프트는 WSJ에 "테슬라 베어(tesla bear·테슬라 약세론자)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면서 "고통스러운 거래였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가 고꾸라지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은 비명을 멈췄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기술주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둘러싼 각종 논란까지 터지자 테슬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390억달러어치를 처분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현재 테슬라 주가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 보다 0.17% 내린 137.57달러에 마감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은 가치 파괴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매도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 아래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측한 대니 모세스가 대표적이다.
투자회사 모세스벤처스를 세운 그는 지난 1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아직도 5000억달러에 달한다"면서 "테슬라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최근 인수한 트위터에 관심을 쏟느라 테슬라 경영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테슬라 주가가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2.5배로 지난해 1월(1765배) 보다 낮아졌지만 S&P500지수의 평균 PER(17.6배)을 웃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독립리서치 업체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는 애플을 제치고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152억달러)에 이름을 올렸다. 루카스 맨틀 반다리서치 분석가는 "시장 전반에 걸쳐 매수세가 누그러졌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에 대한 맹목적인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