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서비스업을 제조업 관점에서 바라보지 마라"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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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링글 대표 기고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서비스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제품은 한번 생산되기 시작하면 업데이트하기 어렵지만 서비스는 제조업에 비해 업데이트에 큰 비용이나 시간이 들지 않습니다. 또 제품 개발은 초기에 많은 자본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반면 서비스는 소수의 사람이 모여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이승훈 링글 대표는 한국이 그동안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서비스업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서비스업의 차이를 분석한 글을 한경 긱스(Geeks)에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경영을 배우는 MBA에서 위에 나온 기법을 배운 기억이 매우 드물다. 스탠퍼드와 실리콘밸리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도 있겠지만 MBA에서 매출 규모, 수익, 시장점유율 등의 개념을 응용하는 수업을 들어본 적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오히려 주로 배웠던 개념은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만들기, 최고의 팀 구축하기, 서비스를 통한 고객의 삶의 질 개선하기, 고객과 소통하기, 좋은 기업문화 만들기 등이었다. 더 나아가서는 정신(영)적 경험으로서 일(Spiritual meaning at Work), 일과 가족(Work & Family) 등 자아실현 관련 수업들도 많았다.
너무 달랐던 컨설팅에서의 5년과 MBA에서의 2년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무엇일까?
제품은 공장 내 제품라인에서 만들어진다. 공장을 짓고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일은 엄청난 자본이 드는 일이다.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장과 제품라인의 수정이 필요한데 이 또한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조업은 제품을 생산하기 전 정밀한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제품을 설계하고 판매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했다.
또 제조업의 경우 일단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이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하고 할인해 고객에게 판매할지가 중요했다. 생산되고 있는 제품을 수정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미 생산된 제품을 마케팅, 브랜딩, 유통, 판촉 등을 통해 판매를 늘리고 수익을 최적화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컨설팅사에서 했던 분석은 제조업에 최적화된 분석들이었다.
우선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서비스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제품은 한번 생산되기 시작하면 업데이트하기 어렵지만 서비스는 제조업 대비 업데이트에 큰 비용이나 시간이 들지 않는다.
제품은 초기에 많은 자본투자가 수반돼야 하지만(공장 설립, 재고 관리, 운송 시스템 등) 서비스는 소수의 사람이 모이면 시작할 수 있다. 또 제품은 고객에게 한번 판매되면 그 이후엔 애프터서비스 활동으로 넘어가지만, 서비스는 배치 업데이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돼야 한다. 제조업은 스케일업(Scale up)하면 생산단가를 절감해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서비스는 스케일업할 때 데이터를 축적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비스는 제조만큼 생산과 시스템 구축에 많은 자원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시장규모 예측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지에 따라 시장 규모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서비스를 진화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이유로 서비스 산업에서 경쟁자 분석이 많이 중요하지는 않다. 고객의 요구를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에 서비스가 망가지는 이유는 대부분 서비스를 운영하는 팀 문화가 무너지고 팀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무뎌지거나 데이터와 기술 기반 업그레이드를 이루지 못해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다.
브랜드 포지셔닝과 마케팅 또한 제조업만큼 중요하지 않다. 서비스 전략이 더 중요하다.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를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판매를 극대화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더 빠르게 더욱 좋은 서비스로 진화해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에서 포트폴리오 전략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데이터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진다. 이러한 무형자산을 얼마나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활용해 개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의 솔루션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제품 포트포리오를 구축해 제품 수를 확장하는 것보다 하나의 서비스일지언정 깊이감을 더해 해당 서비스의 질(quality)을 궁극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업에서 고객 조사 또한 제조업만큼 중요하지 않다.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많은 부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수많은 고객과 서비스 제품 간 상호 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조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피드백은 조사, 인터뷰 등의 과정을 통해 주기적으로 진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서비스와 소비자 간 상호작용은 실시간으로 발생하기에 인위적 조사 행위가 필요하지는 않다.
서비스가 밀집된 스탠퍼드에서 스타트업 창업과 운영 관련 내용을 공부하다 보니 제조업 시대에 주로 나왔던 경영 진단 개념들을 상대적으로 마주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조업 중심의 사고에 익숙해진 친구들에게 미국 서부에서 간접 체험한 "서비스업이 세상을 개척해 나가는 방식"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제조업과 유통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서비스업으로 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업을 제조업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에서 오는 혼란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를 이끄는 서비스 기업을 키우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제조업 관점이 아닌 서비스업 관점에서 사고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메가 트렌드 분석을 '밖에서 안을 보는(Outside-in view)' 방식이 아닌 '안에서 밖을 향하는 관점 (Inside-out view)'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서비스 기업들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가고 싶은지 생각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노력하며 성장했다.
요약하자면 앞으로 세상에 뒤처지지 않고 미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한다. 동시에 시장 규모 분석과 고객 조사,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등의 과거 경영 기법이 아닌 제품을 만드는 팀의 강점, 제품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 고객과의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데이터에 기반해 경영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승훈 | 링글 공동대표
아이비리그 및 영미권 명문대 출신 튜터와 함께 일대일 화상영어를 제공하는 ‘링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뒤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하던 중 링글을 창업했습니다. 대학원에서 부족한 제 영어에 대해 상세한 피드백을 준 고마운 원어민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전 세계인이 제 친구들과 같은 원어민 튜터와 수업하며 영어 실력을 키워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링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컨설팅사 5년 vs 스탠퍼드 MBA 2년
스탠퍼드대에서 MBA 진학 전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며 온갖 분석은 다 해본 기억이 난다. 시장 한 판 그리기, 시장별 경쟁 점유율 분석하기, 수익 구조 분석하기, 밸류체인(가치 사슬) 분석하기, 유통판 분석하기, 고객 분석하기 등등. 분석 결과를 그래프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라자냐 (마리메꼬) 차트나 공급 곡선을 보며 "너무 아름다운 그래프야"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순간들이 불현듯 스친다.그런데 정작 경영을 배우는 MBA에서 위에 나온 기법을 배운 기억이 매우 드물다. 스탠퍼드와 실리콘밸리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도 있겠지만 MBA에서 매출 규모, 수익, 시장점유율 등의 개념을 응용하는 수업을 들어본 적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오히려 주로 배웠던 개념은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만들기, 최고의 팀 구축하기, 서비스를 통한 고객의 삶의 질 개선하기, 고객과 소통하기, 좋은 기업문화 만들기 등이었다. 더 나아가서는 정신(영)적 경험으로서 일(Spiritual meaning at Work), 일과 가족(Work & Family) 등 자아실현 관련 수업들도 많았다.
너무 달랐던 컨설팅에서의 5년과 MBA에서의 2년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무엇일까?
제조업(2차 산업)의 본질
생각해보면 컨설팅 회사를 다닐 때 대부분 고객사는 제조 기반 회사였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부터 조선업, 철강업, 자동차 제조업, 전자제조업 등 제조업으로 기적을 만들어내던 국가이기 때문이다.제품은 공장 내 제품라인에서 만들어진다. 공장을 짓고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일은 엄청난 자본이 드는 일이다.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장과 제품라인의 수정이 필요한데 이 또한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조업은 제품을 생산하기 전 정밀한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제품을 설계하고 판매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했다.
또 제조업의 경우 일단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이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하고 할인해 고객에게 판매할지가 중요했다. 생산되고 있는 제품을 수정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미 생산된 제품을 마케팅, 브랜딩, 유통, 판촉 등을 통해 판매를 늘리고 수익을 최적화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컨설팅사에서 했던 분석은 제조업에 최적화된 분석들이었다.
IT/모바일 서비스업(4차 산업)의 본질
반면 MBA를 위해 머물렀던 스탠퍼드와 실리콘밸리는 기술 기반 서비스 기업이 밀집된 공간이었고 실리콘밸리에서 공부하고 거주하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차이를 깨닫게 되었다.우선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서비스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제품은 한번 생산되기 시작하면 업데이트하기 어렵지만 서비스는 제조업 대비 업데이트에 큰 비용이나 시간이 들지 않는다.
제품은 초기에 많은 자본투자가 수반돼야 하지만(공장 설립, 재고 관리, 운송 시스템 등) 서비스는 소수의 사람이 모이면 시작할 수 있다. 또 제품은 고객에게 한번 판매되면 그 이후엔 애프터서비스 활동으로 넘어가지만, 서비스는 배치 업데이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돼야 한다. 제조업은 스케일업(Scale up)하면 생산단가를 절감해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서비스는 스케일업할 때 데이터를 축적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비스는 제조만큼 생산과 시스템 구축에 많은 자원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시장규모 예측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지에 따라 시장 규모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서비스를 진화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이유로 서비스 산업에서 경쟁자 분석이 많이 중요하지는 않다. 고객의 요구를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에 서비스가 망가지는 이유는 대부분 서비스를 운영하는 팀 문화가 무너지고 팀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무뎌지거나 데이터와 기술 기반 업그레이드를 이루지 못해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다.
브랜드 포지셔닝과 마케팅 또한 제조업만큼 중요하지 않다. 서비스 전략이 더 중요하다.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를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판매를 극대화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더 빠르게 더욱 좋은 서비스로 진화해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에서 포트폴리오 전략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데이터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진다. 이러한 무형자산을 얼마나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활용해 개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의 솔루션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제품 포트포리오를 구축해 제품 수를 확장하는 것보다 하나의 서비스일지언정 깊이감을 더해 해당 서비스의 질(quality)을 궁극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업에서 고객 조사 또한 제조업만큼 중요하지 않다.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많은 부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수많은 고객과 서비스 제품 간 상호 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조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피드백은 조사, 인터뷰 등의 과정을 통해 주기적으로 진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서비스와 소비자 간 상호작용은 실시간으로 발생하기에 인위적 조사 행위가 필요하지는 않다.
서비스가 밀집된 스탠퍼드에서 스타트업 창업과 운영 관련 내용을 공부하다 보니 제조업 시대에 주로 나왔던 경영 진단 개념들을 상대적으로 마주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조업 중심의 사고에 익숙해진 친구들에게 미국 서부에서 간접 체험한 "서비스업이 세상을 개척해 나가는 방식"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차 산업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시대는 빠르게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3대 축인 전기자동차, 공유 자동차, 무인 자동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IT 회사인 구글, 애플, 테슬라, 우버 등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제조업보다는 그들이 창조한 모바일 생태계를 통해 엄청난 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한국은 제조업과 유통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서비스업으로 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업을 제조업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에서 오는 혼란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를 이끄는 서비스 기업을 키우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제조업 관점이 아닌 서비스업 관점에서 사고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메가 트렌드 분석을 '밖에서 안을 보는(Outside-in view)' 방식이 아닌 '안에서 밖을 향하는 관점 (Inside-out view)'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서비스 기업들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가고 싶은지 생각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노력하며 성장했다.
요약하자면 앞으로 세상에 뒤처지지 않고 미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한다. 동시에 시장 규모 분석과 고객 조사,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등의 과거 경영 기법이 아닌 제품을 만드는 팀의 강점, 제품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 고객과의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데이터에 기반해 경영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승훈 | 링글 공동대표
아이비리그 및 영미권 명문대 출신 튜터와 함께 일대일 화상영어를 제공하는 ‘링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뒤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하던 중 링글을 창업했습니다. 대학원에서 부족한 제 영어에 대해 상세한 피드백을 준 고마운 원어민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전 세계인이 제 친구들과 같은 원어민 튜터와 수업하며 영어 실력을 키워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링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