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미분양' 해결 구원투수로 LH가 나선다면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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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분양 아파트에 미분양 물량이 많으면 중도금 대출이 힘들어집니다. 중도금 대출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갚고 공사비도 충당합니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면 건설사는 사실상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건설사는 자금 여력이 넉넉지 못합니다. 미분양 누적이 건설사 유동성 위기로 번져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미분양 물량을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지난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4만7217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수도권은 7612가구로 나타났습니다. 이달 말 11월 통계가 나오면 전국 미분양 규모는 5만가구가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미분양 물량이 대거 쌓일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 전망입니다.
미분양 해결책으로 CR(기업구조조정)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는 2010년대에 CR 리츠를 활용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적이 있습니다. 리츠의 운용구조는 민간 기관투자자로 구성된 부동산 펀드(선순위)와 건설사(후순위)가 공동으로 CR리츠에 투자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뒤 이를 이용한 임대·전세·매각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운용 기간 매각되지 않은 잔여 물량은 기간 만료 후 건설사가 우선매수선택권을 행사하거나, LH에서 선순위 투자금액이 확보되는 수준으로 매입해 투자위험을 줄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주택 공급을 책임진 대표적인 공공기관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입니다. 만약 LH가 미분양 해결의 구원투수로 나서면 어떨까요. LH는 한 해 평균 10만가구 이상을 공급합니다. 실제 지난 2월 하순 LH가 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총 12만4000가구를 신규로 공급할 계획이었습니다. 공공분양주택은 총 2만5000가구, 건설임대주택은 총 3만5000가구, 매입임대주택 총 3만가구입니다. 또 전세임대주택은 총 3만4000가구를 공급한다고 했습니다.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 및 임대주택이 있고 도심지 등에서 소규모로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공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간이 공급하는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LH가 매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내년에 미분양 물량을 LH가 확보하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곳에 임대주택이나 공공분양주택을 비교적 손쉽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건설사는 미분양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할인 분양 등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할 수 있습니다. LH는 재무 상태와 지역별 공급량(연도별 공급량과 청약경쟁률) 등을 고려해 매입 규모는 정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가격이 지금 수준보다 더 낮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1년 새 20%가량 오른 공사비가 떨어질 가능성이 적은 데다 PF 자금 조달 금리와 땅값도 상승세이기 때문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공사 기간도 늘어났습니다. 인허가 기간도 갈수록 길어져 부대 비용도 늘어만 갑니다. LH가 민간 아파트를 조금 할인된 가격에 산다면 향후 지을 아파트보다 더 저렴하고 손쉽게 공공 주택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사실상 미분양 누적과 공사비 급등으로 시행사와 건설사의 이익은 사라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니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할 여력이 달리는 상황입니다. 시간 경과에 맞춰 공정률이 따라줘야 하지만 유동성 위기로 손을 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LH가 미분양을 매입하면 '지역 경제 및 건설업 살리기'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지역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미분양으로 건설사가 공사를 중단하다가 부도가 나면 그 충격은 어마어마합니다. 1차적으로 협력사들이 도산 위기에 처합니다. 수분양자도 언제 입주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입니다. 건설사나 시행사에 대출해준 금융권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분야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아파트값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주택 수요가 사라지고 미분양이 넘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1~2년 뒤 역전될 수도 있습니다. 개발 프로젝트들이 사업성이 악화해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현실화하면 아파트 공급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이 같은 일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가 공언한 향후 5년간 270만 가구 공급은 물 건너가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한해 적정 공급 물량은 50만가구 남짓입니다. 아파트만 따지면 30만가구 남짓입니다. 미분양 물량 해소로 건설업을 연착륙시켜야 민간의 주택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집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준공 전인 미분양 사업장이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 상품'이 내년 2월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5조원 규모입니다. 정부는 보증지원을 강화하는 대신 분양가 할인 등 건설사업자의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전제로 미분양 주택 PF 대출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어쨌든 미분양 물량 해소에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LH도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미분양 PF 대출 보증도 실행되면 미분양발 건설 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지난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4만7217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수도권은 7612가구로 나타났습니다. 이달 말 11월 통계가 나오면 전국 미분양 규모는 5만가구가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미분양 물량이 대거 쌓일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 전망입니다.
미분양 해결책으로 CR(기업구조조정)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는 2010년대에 CR 리츠를 활용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적이 있습니다. 리츠의 운용구조는 민간 기관투자자로 구성된 부동산 펀드(선순위)와 건설사(후순위)가 공동으로 CR리츠에 투자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뒤 이를 이용한 임대·전세·매각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운용 기간 매각되지 않은 잔여 물량은 기간 만료 후 건설사가 우선매수선택권을 행사하거나, LH에서 선순위 투자금액이 확보되는 수준으로 매입해 투자위험을 줄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주택 공급을 책임진 대표적인 공공기관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입니다. 만약 LH가 미분양 해결의 구원투수로 나서면 어떨까요. LH는 한 해 평균 10만가구 이상을 공급합니다. 실제 지난 2월 하순 LH가 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총 12만4000가구를 신규로 공급할 계획이었습니다. 공공분양주택은 총 2만5000가구, 건설임대주택은 총 3만5000가구, 매입임대주택 총 3만가구입니다. 또 전세임대주택은 총 3만4000가구를 공급한다고 했습니다.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 및 임대주택이 있고 도심지 등에서 소규모로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공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간이 공급하는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LH가 매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내년에 미분양 물량을 LH가 확보하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곳에 임대주택이나 공공분양주택을 비교적 손쉽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건설사는 미분양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할인 분양 등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할 수 있습니다. LH는 재무 상태와 지역별 공급량(연도별 공급량과 청약경쟁률) 등을 고려해 매입 규모는 정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가격이 지금 수준보다 더 낮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1년 새 20%가량 오른 공사비가 떨어질 가능성이 적은 데다 PF 자금 조달 금리와 땅값도 상승세이기 때문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공사 기간도 늘어났습니다. 인허가 기간도 갈수록 길어져 부대 비용도 늘어만 갑니다. LH가 민간 아파트를 조금 할인된 가격에 산다면 향후 지을 아파트보다 더 저렴하고 손쉽게 공공 주택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사실상 미분양 누적과 공사비 급등으로 시행사와 건설사의 이익은 사라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니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할 여력이 달리는 상황입니다. 시간 경과에 맞춰 공정률이 따라줘야 하지만 유동성 위기로 손을 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LH가 미분양을 매입하면 '지역 경제 및 건설업 살리기'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지역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미분양으로 건설사가 공사를 중단하다가 부도가 나면 그 충격은 어마어마합니다. 1차적으로 협력사들이 도산 위기에 처합니다. 수분양자도 언제 입주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입니다. 건설사나 시행사에 대출해준 금융권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분야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아파트값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주택 수요가 사라지고 미분양이 넘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1~2년 뒤 역전될 수도 있습니다. 개발 프로젝트들이 사업성이 악화해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현실화하면 아파트 공급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이 같은 일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가 공언한 향후 5년간 270만 가구 공급은 물 건너가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한해 적정 공급 물량은 50만가구 남짓입니다. 아파트만 따지면 30만가구 남짓입니다. 미분양 물량 해소로 건설업을 연착륙시켜야 민간의 주택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집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준공 전인 미분양 사업장이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 상품'이 내년 2월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5조원 규모입니다. 정부는 보증지원을 강화하는 대신 분양가 할인 등 건설사업자의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전제로 미분양 주택 PF 대출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어쨌든 미분양 물량 해소에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LH도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미분양 PF 대출 보증도 실행되면 미분양발 건설 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