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수 홍윤베이커리 대표가 가게 대표 메뉴인 가루쌀 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정환  기자
홍동수 홍윤베이커리 대표가 가게 대표 메뉴인 가루쌀 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정환 기자
지난 21일 전북 군산의 대표적 번화가인 수송동에 있는 홍윤베이커리엔 끊임없이 손님이 이어졌다. 30대 주부부터 60대 노부부까지 손님들이 집은 빵 포장지엔 ‘가루미’ ‘보리진포’ 등 생소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수입산 밀가루를 대체하기 위해 국산 가루쌀과 국산 보리로 만든 빵이란 뜻이다.

홍윤베이커리는 인터넷상에서 ‘군산 3대 빵집’이라 불리며 빵 애호가들에겐 소위 ‘빵지순례’ 대상인 곳이다.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은 가루쌀로 만든 이곳의 식빵 가격은 한 봉지에 6000원. 외국산 밀로 만든 일반 식빵 가격(3500원)의 두 배에 육박하지만 저녁이 되면 매대가 텅텅 빌 정도로 인기가 좋다. 홍동수 홍윤베이커리 대표는 “우리 농산물 고유의 특성에 맞춰 품질 높은 빵을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홍윤베이커리 한쪽엔 5개의 특허장이 세워져 있다. 지난 9월 특허받은 현미 가루쌀 카스테라는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특유의 맛으로 이 가게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메뉴다.

홍 대표는 제빵인 가운데서도 고(苦)학도로 꼽힌다.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한 뒤 생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17세가 되던 1984년 광주에 있는 전국구 유명 빵집인 궁전제과에 취직하며 제빵인생을 시작했다.

주경야독으로 방송통신고를 졸업하고 제과·제빵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1996년 고향인 군산으로 돌아와 홍윤베이커리를 차렸다. 전문대에서 호텔조리경영학을 전공하며 기술을 연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후반부터 프랜차이즈 빵집이 속속 들어서면서 동네 빵집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홍 대표가 국산 농산물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이런 상황에서 비롯됐다. 홍 대표는 “생존 기로에 선 동네 빵집 대부분은 유기농 재료를 쓰거나 외국산 밀가루로 유럽 현지의 맛을 재현하는 길을 선택했지만 홍윤베이커리는 국산 농산물을 프랜차이즈와 대결해 이기는 방법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이 같은 ‘해답’을 찾은 것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1991년 정부가 추진한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통해 우리밀을 접한 뒤 국산 밀로 빵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의 배합법을 찾은 그는 구례 특산물 판매장에서 직접 국산 밀을 사가며 빵을 만들었다.

군산에 자신만의 가게를 차린 후엔 쌀과 보리로 범위를 넓혀갔다. 일반 쌀을 불린 뒤 갈아 만든 습식 쌀가루와 군산 특산물이었던 흰쌀찰보리로 빵을 만들며 국산 재료 비율을 30~50%까지 높였다. 이후 재료 국산화율이 정체돼있던 2016년 농촌진흥청에서 온 전화 한 통이 홍 대표의 삶을 바꿨다. 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2012년 농진청이 개발한 가루 전용 품종 ‘수원542’의 활용처를 찾던 장시연 농진청 식량사업단 지도관이었다. 홍 대표는 농진청으로부터 수원542 샘플을 받아 가루쌀을 처음 접했다. 홍 대표는 “꺼끌꺼끌한 식감과 글루텐이 없어 잘 부풀지 않는 습식 쌀가루 특성이 가루쌀에선 훨씬 적었다”며 “대신 쫀득한 식감이 더 살아났고, 속이 편안한 특성은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가루쌀을 비롯해 우리 농산물로 만든 빵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는 “가루쌀 원가가 현재 수입 밀가루의 3배지만 그만큼 제품 가격도 1.5~2배여서 수익성이 더 높다”며 “가루쌀이 대량 생산되면 가격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산=황정환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