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자산 중 원자재와 미국 달러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과 채권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두 자릿수가 넘는 손실을 내며 최악의 해를 보냈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이 메리츠증권에 의뢰해 주요 자산군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올해 가장 저조한 수익을 낸 자산은 비트코인(-63.6%·20일 기준)이었다. 유동성 민감도가 높은 가상자산 특성상 금리 상승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미국 주식(S&P500지수)과 미국 국채 수익률은 각각 -20.3%, -11.5%였다. 일반적으로 주식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올해 강도 높은 통화 긴축으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 부진했다.

엔화(-14.1%), 위안화(-9.3%), 원화(-8.5%), 유로화(-6.1%) 등 주요국 통화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정책 여파 때문”이라며 “비트코인과 리츠 등 대체자산의 수익률이 가장 처참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주요 자산군 가운데 미 달러화와 원자재만 수익을 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강세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8.3% 올랐다. 곡물, 원유, 천연가스, 비철금속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을 종합해 산출하는 CRB지수는 올해 18.7% 상승했다. 다만 연중 강세를 보인 달러화와 유가 등도 최근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때 배럴당 140달러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최근 70~8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내년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 주요 자산의 수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장기채)이 먼저 안정을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연구원은 “내년 실물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긴축의 시대’에 대한 우려만 덜어내도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