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늙어가는 일본
부의 유출에 이은 또다른 고민 '부의 고령화'
가계 금융자산 60%·주식 67%, 60세 이상 소유
주식시장 고령화 속도가 인구고령화의 2배
상속엔 부동산이 유리…고령 자산가가 매도 폭탄
리스크를 떠안으려는 젊은세대, 자금부족 '괴리'
젊은 투자가 진입막는 '100주 단위' 투자규정
'비용만 는다'…개미 반기지 않는 日상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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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엔이 넘는 일본 가계 금융자산의 60%는 60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금융자산은 대부분 예금과 현금형태로 은행통장과 장농 속에서 늙어가고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본 개인투자가들이 보유한 주식의 67%를 60세 이상 고령자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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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일본 성인 인구 가운데 70대 이상의 비율은 10%에서 26%로 높아졌다. 인구의 고령화보다 주식시장의 고령화 속도가 두 배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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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이 지난 올해 NTT 주주의 80% 이상은 60대 이상이다. 상장 이후 NTT의 주식은 주주가 거의 바뀌지 않은 채 고스란히 함께 늙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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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의 주력인 70대의 최대 관심사는 상속이다. 일본의 고령자들은 상속할 때가 되면 주식을 팔아서 부동산을 사는 사례가 많다. 주식은 상속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상속재산을 평가할 때 주식은 시가로 평가한다. 1억엔어치를 보유하고 있으면 1억엔이 몽땅 상속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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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개미투자가의 가장 큰 손인 고령자들이 증시를 침체에 빠뜨리는 잠재적인 요인이 된 것이다. 주식시장이 활력을 잃은 채 고스란히 늙어가고, 고령자들은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주식을 팔아 부동산을 사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젊은 세대를 끌어들여야 한다.
일본 젊은 세대들이 주식시장에 관심이 없는것도 아니다. 40~50년대 중장년층은 버블경제 붕괴의 트라우마가 있지만 20~30대 젊은 세대는 이런 경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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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젊은이들이 주식시장에 발을 딛은 계기는 비슷하다. 한국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내집 마련을 포기한 젊은 세대가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에 몰린다. 일본의 20~30대들은 30년째 오르지 않는 임금에 대한 불안 때문에 주식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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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투자 리스크를 떠 안을 필요가 없는 고령자들은 투자금이 남아돌고 기꺼이 리스크를 떠 안으려는 젊은 세대는 투자할 돈이 없는 괴리는 일본증시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암초로 지적된다.
가뜩이나 자금이 부족한데 주식을 한번에 100주 단위로 사도록 한 일본증시의 최소 매입기준은 젊은 세대의 투자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유니클로에 투자하려면 최소 8400만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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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 투자는 자금력이 탄탄한 부유층의 전유물일 뿐, 투자금이 넉넉지 않은 젊은 투자가들은 ‘몰빵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애플 주가는 140달러 안팎이다. 미국 증시는 1주씩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약 20만원이면 애플의 주주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젊은 세대가 자국 시장을 외면하고 미국증시를 향하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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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올 3월말 도요타의 개인주주 수는 약 7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1000명(72%) 늘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전체 주주수(약 24만명)보다 많은 개인투자가가 새로 가세했다. 개인투자가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느냐는 기업하기 나름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니클로도 지난 16일 주식 1주를 3주로 나누는 주식분할안을 발표했다.
도쿄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개인투자가가 늘어나는 걸 반기지 않는 상장사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한다. 개인주주가 늘어나면 주주 한명한명에게 주주총회소집통지서를 우편으로 보내는 등 사무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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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약 200개 기업은 여전히 주가가 5000엔 이상이어서 최소 투자단위가 50만엔을 넘는다. 패스트리테일링, 니토리, 세븐일레븐, 맥도날드, 워크맨 등 한번쯤 투자해보고 싶다 하는 일본 기업들 상당수가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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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에 관심이 있는 젊은 세대들은 미국주식으로 떠나보내고 고령의 자산가들만의 리그가 돼 버린 일본증시의 현주소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