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홍진채 "대가의 투자법 공부하고 활용 해보니…'이것'이 제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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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연말 서점가에는 으레 내년 전망을 논하는 책들로 빼곡하다. 올해도 각자 유망 섹터를 점치는 책들이 매대를 채우고 있다. 그 사이 투자의 정석을 논하는 책 두 권이 나란히 놓였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사진)가 쓴 <거인의 어깨 1, 2>다. 유망 섹터와 종목을 전혀 논하지 않는 이 책은 그럼에도 독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홍 대표가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등 투자의 대가를 공부한 뒤 실제 투자에 접목해 보고 고민한 내용들이 진솔하게 담겨있는 까닭이다. 다독가로 알려진 그가 여러 분야의 책을 읽은 뒤 얻은 교훈을 투자의 측면에서 풀어낸 것도 다채롭다.
한경 마켓PRO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홍 대표를 만났다. 마켓PRO는 홍 대표가 투자하면서 실수했던 경험과 현재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 등 책에는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을 추가로 물었다.
▶'이 업종 사라, 저 종목 사라' 하는 책이 잘 팔리는 시대입니다. 이 시점에 개론서에 가까운 책을 낸 이유가 있습니까?
"피터 린치가 쓴 <월가의 영웅>을 보면 개인이 기관투자자보다 투자에 유리하다고 나옵니다. 운용사 입사하기 전엔 저도 개인투자자였으니까 그 문구를 계속 곰씹었습니다. 과연 개인도 돈을 벌 수 있나, 가능하다면 어떤 경로로 가능한가, 그 길을 내가 밟을 수 있나 하고요. 이후 대가들을 공부하면서 나름의 사고체계를 구축했죠. 그런데 투자 초보자들은 이 질문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을 사기 전에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그런데 책 서두의 상당부분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는 내용으로 할애돼 있습니다. 대가를 공부해서 얻은 답이 그것입니까?
"사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는 얘기는 여의도에선 잘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펀드에 돈을 맡겨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장기적 통계로 검증돼 있는 가장 높은 승률의 투자는 인덱스 펀드에 돈을 넣는 겁니다(홍 대표는 평소 전세계 증시 전반에 투자하는 '뱅가드 토탈 월드 스톡 ETF(VT)'를 주변에 추천한다). 물론 그런 쉬운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투자에 뛰어들어서 승부를 보고 싶은 투자자가 많죠. 그들에게는 검증된 레코드를 가진 대가의 투자법이 도움이 될 것이고, 그 방식을 필드에서 적용해본 사람이 쉽게 풀어준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대가 중 특히 필립 피셔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필립 피셔를 잘못 이해해 고생한 경험도 있다고요?
"필립 피셔는 '성장주 투자 대가'로 단순하게 오해받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를 잘못 이해한 적이 있죠. 기업의 성장 전망이 제대로 갖춰져있고 그 경로가 제대로 달성되는 과정이라면, 가격을 아무리 많이 지불하더라도 상관이 없다고요. 그러나 수 년 전 그렇게 투자한 종목이 성장주가 꺾이면서 같이 3분의 1토막이 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필립 피셔를 다시 공부했고 남들보다 조금 더 그에 대해 논할 순 있게 됐죠."
▶그 이후 필립 피셔를 공부해 얻은 답은 무엇입니까?
"사실 필립 피셔가 언급한 중요 요소 15가지는 극히 평이합니다. 영업이익률이 잘 나와야 하고 노사관계가 훌륭해야 하고…. 다만 이를 관통하는 한 가지 포인트는 경영진입니다. 경영진이 정직하게 잘 회사를 꾸려가면 장기적으로 높은 이익을 돌려줄 테니까요. 그것은 경영진이 경제적 해자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고, 결과적으로 워런 버핏이 말하는 경제적 해자와도 맞닿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경영진을 찾으란 얘기는 다소 막연하게 들립니다. 그런 정성적 요소를 어떻게 판가름합니까?
"자기자본이익률(ROE)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회사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성장을 주주와 공유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합니다. ROE는 그런 측면에서 회사의 잉여금을 주주환원에 지속적으로 쏟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죠. 필립 피셔를 잘못 이해했을 때 저는 단기적인 성장전망에 혹해서 ROE가 낮은 기업들을 대거 편입했었고 큰 손실을 봤습니다. 이후 ROE가 낮은 회사는 사지 않으려 조심합니다. 지금은 투자할 때 ROE가 가장 중요하고요."
▶한국의 경우 ROE 같은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물적분할 등 소액주주를 등한시 하는 대주주의 독단적 선택 등이 대표적인데요. 미국 시장 대가의 투자 방식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지 않겠습니까?
"물론 어렵습니다. 저도 여전히 좌충우돌 중이고요. 다만 이 회사가 주주를 위하는지, 위하지 않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신호는 있습니다. 예를들어 이익잉여금보다 자본잉여금이 훨씬 더 많은 경우를 보죠. 이 경우 애플처럼 주주환원에 잉여금을 다 쓴 것이 아니라면 설립 이후 지금까지 누적으로 쌓아온 이익보다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돈이 더 많다는 뜻이 됩니다. 그건 경영진이 자본시장을 위해서 일하는게 아니라 자본시장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가 되죠. 경영진이 어떤 태도로 자본시장을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믿을 수 있는 경영진을 판별할 수 있는 또 다른 신호는 있습니까?
"또 다른 예로는 본업이 아닌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경우도 들 수 있겠습니다. 본업과는 시너지가 전혀 안나는데 모회사랑 시너지가 난다면 주주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모회사를 위한 선택이라고 알 수 있죠. 이밖에 사업부를 매각한다거나, 메자닌 발행과 유상증자 등 과거의 의사결정들을 통해 얻은 잉여금을 주주환원에 어떻게 활용해 왔는가를 들여다 보면 도움이 됩니다(참고로 홍 대표는 책에서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되도록 피해간다고 적시했다)."
▶그럼에도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회사 중에서도 투자할 만한 곳은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그 판단이 맞았던 기업이 있습니까?
"정확히는 오너어닝(당기순이익+감가상각비-자본지출)이 당장은 나빠도 향후 산업 내 경쟁에서 승리하고 효율성을 높일 만하다고 판단되면 투자할 만 합니다. 다만 그런 판단 하에 투자했던 종목의 절반은 이미 실패했고, 나머지 절반은 지켜보는 중입니다. 이런 투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크게 미쳐서 보수적인 투자자는 잘 안 사고, 이런류의 종목을 좋아하는 투자자만 사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기대감이 꺾이면 그들 외에 받아줄 투자자가 별로 없어 주가가 크게 하락하죠. 문제는 투자자를 배신하는 회사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즉 오너어닝이 나쁜 회사를 투자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서 웬만하면 오너어닝을 내는 종목에 투자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이 책에선 다양한 책이 언급돼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딱 하나 추천하는 책이 있으시다면요?
"존 보글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을 이어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여러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VT ETF를 샀던 사람들은 비교적 행복하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오픈 인터뷰 연말 서점가에는 으레 내년 전망을 논하는 책들로 빼곡하다. 올해도 각자 유망 섹터를 점치는 책들이 매대를 채우고 있다. 그 사이 투자의 정석을 논하는 책 두 권이 나란히 놓였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사진)가 쓴 <거인의 어깨 1, 2>다. 유망 섹터와 종목을 전혀 논하지 않는 이 책은 그럼에도 독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홍 대표가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등 투자의 대가를 공부한 뒤 실제 투자에 접목해 보고 고민한 내용들이 진솔하게 담겨있는 까닭이다. 다독가로 알려진 그가 여러 분야의 책을 읽은 뒤 얻은 교훈을 투자의 측면에서 풀어낸 것도 다채롭다.
한경 마켓PRO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홍 대표를 만났다. 마켓PRO는 홍 대표가 투자하면서 실수했던 경험과 현재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 등 책에는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을 추가로 물었다.
▶'이 업종 사라, 저 종목 사라' 하는 책이 잘 팔리는 시대입니다. 이 시점에 개론서에 가까운 책을 낸 이유가 있습니까?
"피터 린치가 쓴 <월가의 영웅>을 보면 개인이 기관투자자보다 투자에 유리하다고 나옵니다. 운용사 입사하기 전엔 저도 개인투자자였으니까 그 문구를 계속 곰씹었습니다. 과연 개인도 돈을 벌 수 있나, 가능하다면 어떤 경로로 가능한가, 그 길을 내가 밟을 수 있나 하고요. 이후 대가들을 공부하면서 나름의 사고체계를 구축했죠. 그런데 투자 초보자들은 이 질문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을 사기 전에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그런데 책 서두의 상당부분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는 내용으로 할애돼 있습니다. 대가를 공부해서 얻은 답이 그것입니까?
"사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는 얘기는 여의도에선 잘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펀드에 돈을 맡겨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장기적 통계로 검증돼 있는 가장 높은 승률의 투자는 인덱스 펀드에 돈을 넣는 겁니다(홍 대표는 평소 전세계 증시 전반에 투자하는 '뱅가드 토탈 월드 스톡 ETF(VT)'를 주변에 추천한다). 물론 그런 쉬운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투자에 뛰어들어서 승부를 보고 싶은 투자자가 많죠. 그들에게는 검증된 레코드를 가진 대가의 투자법이 도움이 될 것이고, 그 방식을 필드에서 적용해본 사람이 쉽게 풀어준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대가 중 특히 필립 피셔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필립 피셔를 잘못 이해해 고생한 경험도 있다고요?
"필립 피셔는 '성장주 투자 대가'로 단순하게 오해받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를 잘못 이해한 적이 있죠. 기업의 성장 전망이 제대로 갖춰져있고 그 경로가 제대로 달성되는 과정이라면, 가격을 아무리 많이 지불하더라도 상관이 없다고요. 그러나 수 년 전 그렇게 투자한 종목이 성장주가 꺾이면서 같이 3분의 1토막이 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필립 피셔를 다시 공부했고 남들보다 조금 더 그에 대해 논할 순 있게 됐죠."
▶그 이후 필립 피셔를 공부해 얻은 답은 무엇입니까?
"사실 필립 피셔가 언급한 중요 요소 15가지는 극히 평이합니다. 영업이익률이 잘 나와야 하고 노사관계가 훌륭해야 하고…. 다만 이를 관통하는 한 가지 포인트는 경영진입니다. 경영진이 정직하게 잘 회사를 꾸려가면 장기적으로 높은 이익을 돌려줄 테니까요. 그것은 경영진이 경제적 해자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고, 결과적으로 워런 버핏이 말하는 경제적 해자와도 맞닿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경영진을 찾으란 얘기는 다소 막연하게 들립니다. 그런 정성적 요소를 어떻게 판가름합니까?
"자기자본이익률(ROE)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회사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성장을 주주와 공유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합니다. ROE는 그런 측면에서 회사의 잉여금을 주주환원에 지속적으로 쏟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죠. 필립 피셔를 잘못 이해했을 때 저는 단기적인 성장전망에 혹해서 ROE가 낮은 기업들을 대거 편입했었고 큰 손실을 봤습니다. 이후 ROE가 낮은 회사는 사지 않으려 조심합니다. 지금은 투자할 때 ROE가 가장 중요하고요."
▶한국의 경우 ROE 같은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물적분할 등 소액주주를 등한시 하는 대주주의 독단적 선택 등이 대표적인데요. 미국 시장 대가의 투자 방식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지 않겠습니까?
"물론 어렵습니다. 저도 여전히 좌충우돌 중이고요. 다만 이 회사가 주주를 위하는지, 위하지 않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신호는 있습니다. 예를들어 이익잉여금보다 자본잉여금이 훨씬 더 많은 경우를 보죠. 이 경우 애플처럼 주주환원에 잉여금을 다 쓴 것이 아니라면 설립 이후 지금까지 누적으로 쌓아온 이익보다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돈이 더 많다는 뜻이 됩니다. 그건 경영진이 자본시장을 위해서 일하는게 아니라 자본시장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가 되죠. 경영진이 어떤 태도로 자본시장을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믿을 수 있는 경영진을 판별할 수 있는 또 다른 신호는 있습니까?
"또 다른 예로는 본업이 아닌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경우도 들 수 있겠습니다. 본업과는 시너지가 전혀 안나는데 모회사랑 시너지가 난다면 주주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모회사를 위한 선택이라고 알 수 있죠. 이밖에 사업부를 매각한다거나, 메자닌 발행과 유상증자 등 과거의 의사결정들을 통해 얻은 잉여금을 주주환원에 어떻게 활용해 왔는가를 들여다 보면 도움이 됩니다(참고로 홍 대표는 책에서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되도록 피해간다고 적시했다)."
▶그럼에도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회사 중에서도 투자할 만한 곳은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그 판단이 맞았던 기업이 있습니까?
"정확히는 오너어닝(당기순이익+감가상각비-자본지출)이 당장은 나빠도 향후 산업 내 경쟁에서 승리하고 효율성을 높일 만하다고 판단되면 투자할 만 합니다. 다만 그런 판단 하에 투자했던 종목의 절반은 이미 실패했고, 나머지 절반은 지켜보는 중입니다. 이런 투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크게 미쳐서 보수적인 투자자는 잘 안 사고, 이런류의 종목을 좋아하는 투자자만 사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기대감이 꺾이면 그들 외에 받아줄 투자자가 별로 없어 주가가 크게 하락하죠. 문제는 투자자를 배신하는 회사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즉 오너어닝이 나쁜 회사를 투자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서 웬만하면 오너어닝을 내는 종목에 투자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이 책에선 다양한 책이 언급돼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딱 하나 추천하는 책이 있으시다면요?
"존 보글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을 이어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여러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VT ETF를 샀던 사람들은 비교적 행복하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