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가격을 감시하는 민간기관이 판매허가를 앞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레카네맙’이 비용 효율성을 감안할 때 연간 최대 2만1000달러는 받을 수 있다면서도 ‘유망하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결정적이지 않다는 건, 효능을 확신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민간 의약품 가격 감시 기관인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는 22일(미국 시간) 보고서를 발간하며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에 대한 비용 효율성을 고려한 약가를 제안했다. ICER가 제안하는 약가는 강제력은 없지만 미국 정부 건강보험 메디케어 등이 참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개발한 레카네맙에 대해 ICER가 제안한 연간 약가는 9000~2만1000달러다. 릴리가 개발한 도나네맙에 대해서는 1만4500~4만6900달러 선을 제안했다. 비용 효용성 및 시장성과 함께 제약사가 연구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감안해 결정한 약가다. 제약업계에서는 개발사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가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의 연간 약가가 2만8200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약가라는 얘기다.(ICER가 제안한 아두헬름의 약가는 2950~8360달러).
의약품 가격 감시기관 "레카네맙, 유망하지만 효능 근거는 부족"
하지만 ICER는 가격을 제안하면서도 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치료 효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레카네맙이 받은 ‘유망하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는 등급은 C-와 C+ 사이에 있는 등급으로 임상적 혜택이 ‘0’은 아니지만 적고 불확실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나네맙은 이보다 2단계 낮은 ‘불충분하다(Insufficient)’는 평가를 받았다. 근거의 확실성이 낮다는 의미로, 최하위 등급이다. 아두헬름 또한 ICER로부터 같은 등급인 ‘불충분하다’를 받았다.

ICER가 레카네맙에 대해 이같은 등급을 매긴 까닭은 다른 알츠하이머병 항체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병의 진전은 멈춰주지만 훼손된 인지기능을 복원하기는 어렵고, 무엇보다 부작용의 위험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ICER 관계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레카네맙을 투약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작을수도, 상당할 수도 있지만 부작용의 위험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레카네맙을 비롯해 도나네맙, 아두헬름이 모두 공유하는 부작용은 아밀로이드영상관련이상(ARIA)이다. 항체의약품이 뇌에서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염증을 일으켜 뇌혈관이 붓거나 출혈이 생기는 부작용을 말한다. 레카네맙 임상에서 레카네맙이 원인이 돼 사망한 사례는 지금까지 3건이 보고됐으며, 임상 환자 중 21.5%에서 ARIA가 발생했다.

ICER는 도나네맙을 평가하며 효능이 레카네맙과 같은 수준일 것으로 가정하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 3상의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점에서 등급이 하락했다. 릴리는 임상 2상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도나네맙에 대한 가속신청을 FDA에 낸 상태다. 임상 3상 결과는 2023년 중반 넘어서야 공개된다.

바이오젠 또한 레카네맙에 대한 가속승인신청을 FDA에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레카네맙에 대한 FDA의 승인 시한은 다음 달 6일이다. 도나네맙의 시한은 2월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