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용, 대장동 일당과 10년 유착…증거 탄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사진)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첫 공판준비절차에 출석해 “법정에서 억울한 점을 충분히 밝히겠다”며 또다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함께 기소된 ‘대장동 일당’은 모두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 사실 모두 증거 입증이 가능하다”며 유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용 측 “유동규 돈 받은 적 없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그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작년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와 공모해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에게서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가운데 1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쓰고, 1억4700만원은 전달이 불발되면서 김 전 부원장에게 실제 건너간 돈은 6억원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당시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 캠프의 총괄부본부장으로서 대선 자금 조달과 조작 관리 업무를 맡았다. 이 사건으로 유동규·남욱·정민용 씨도 기소됐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공소 사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유동규에게 받은 돈이 전혀 없다”며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당시부터 검찰이 증거 없이 사람들의 말로만 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검찰 조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이 우리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고 판단해 지금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소장이 20쪽에 달하는데 범죄 사실은 한두 쪽이고 나머지는 거의 전제 사실”이라며 “재판장이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너무 많이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檢 “증거로 입증할 수 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받은 돈이 ‘이재명 대선 경선 자금’이라고 강조하면서 대장동 일당과 10년 동안 ‘경제 유착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일당’도 모두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는 발언하지 않았으나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부원장 측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기 때문에 결국 그 거짓말은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며 “(진실이) 안 밝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검찰의 공소 사실대로 자신이 개인적으로 쓴 돈을 제외하고 김 전 부원장에게 6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변호인은 “돈이 전달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지만 정치 자금을 수수한 공범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고 했다. 남 변호사 측도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공소 사실의 전제 부분에 남욱 피고인의 입장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 사실 한 문장 한 문장에 대해 증거 입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따로 쟁점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특성상 이 정도로 증거가 탄탄하게 갖춰진 사례는 드물다”고도 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 혐의에 추가 수사 중인 사안이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추가 기소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없는 사실을 전제로 추가 수사를 하니 여전히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9일 2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증거조사를 계획하기로 했다. 이후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재판을 열어 김 전 부원장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기 전 1심을 끝낼 계획이다. 김 전 부원장의 구속 기간은 내년 5월 만료된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