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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북미·자원부국 공략해 물량·수익성 다 잡아
“내년에 중국 리오프닝 분명해…판매량 회복 기대”
경기침체 우려에 주가 올라도 목표주가 상향 ‘지지부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은 중국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박멸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로 한국 수출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철강과 화학을 비롯한 상당수 경기민감업종을 전망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중국 경기 회복이기도 합니다.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부풀면서 짓눌려 있던 경기민감업종도 들썩이고 있는데, 특히 현대건설기계의 상승률이 돋보입니다. 굴삭기를 비롯한 건설용 중장비를 만드는 이 회사의 종가 기준 저점은 지난 9월29일의 3만700원인데, 이달 23일 종가가 6만1800원으로 저점 대비 두 배 넘게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현대건설기계의 주가 차트를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국 리오프닝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화장품과 미용의료의 경우 11월에 들어선 뒤부터 주가가 튀어 오르기 시작하지만, 현대건설기계의 주가 랠리는 10월말께부터 시작됐으니까요.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현대건설기계의 주가 랠리에 힘을 보탰을지는 몰라도, 랠리를 촉발한 계기는 아니었습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중국 매출 22% 감소했는데도 전체 매출은 17% 늘어

현대건설기계의 랠리는 10월26일 시작됩니다. 바로 3분기 실적을 공시한 날이죠.

현대건설기계는 3분기 매출 8748억원, 영업이익 630억원을 기록합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1%와 70.3% 증가한 성적이었죠.

특히 영업이익은 실적 공시 전에 집계된 컨센서스를 40%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였습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낮아진 기대 속에서 작년의 원자재 급등을 반영한 제품 판매 가격 인상이 시차를 두고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기대 이상의 실적이 한 번 나왔다고 주가가 2배 넘게 치솟지는 않았을 겁니다. 영업이익에 비해 폭이 작긴 해도 매출 역시 컨센서스를 웃돌았거든요. 작년 기준 매출의 21%였던 중국 비중이 올해 3분기 6%로 쪼그라든 가운데서도 북미와 신흥시장이 성장한 덕이었습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사회적 생산 기반에 10년동안 모두 1조달러를 투자하는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이 작년 11월 통과된 데 따라 올해부터 도로·교량 등을 비롯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등이 시행되면서 건설기계 장비 수요 등이 증가하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중남미, 인도네시아, 중동 등 자원부국으로 구성된 신흥시장에서의 수요 증가 기대도 큽니다. 역시 출발점이 미국인데요, 올해 우리 주식시장의 주도주군을 만들었던 키워드 중 하나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야기입니다.

현재 2차전지 소재 산업을 장악하다시피 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재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는 IRA는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재료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나라에서 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캐나다, 칠레, 호주 등 2차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광물을 보유한 나라들의 광산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중장비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새롭게 개척한 시장은 기존 시장 대비 수익성도 나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건설기계는 소형 건설장비 판매 비중이 컸지만,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하는 북미나 광산을 개발해야 하는 신흥시장에서는 중대형 건설장비의 수요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정부가 사업 주체인 인프라 건설 사업의 경우 최근 경기를 짓누르는 금리 상승의 영향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설명합니다.

중국 시장의 회복 가능성도 빼놓고 지나갈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침체에 빠져 있지만, 워낙 큰 시장이기 때문이죠. 특히 카타르월드컵을 계기로 중국인들의 리오프닝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현지의 모습을 월드컵 중계를 통해 봤기 때문이죠.

이상헌 연구원은 “정확히 언제부터 중국의 리오프닝이 시작될지 알 수 없지만 내년인 건 분명하다”며 “올해 현대건설기계의 중국 판매가 둔화된만큼 내년 어느 시점에 리오프닝이 시작되면 높은 성장세가 나타나면서 판매량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호실적은 과거 일이지만, 다가올 경기침체는 현실"

다만 지금 당장 현대건설기계 주식을 사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우선 저점 대비 2배 이상으로 오른 주가도 부담스럽죠. 이에 더해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전망을 담은 ‘멘트(말)’은 나오는데, 목표주가 상향은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어딘지 모르게 찝찝합니다.

23일 집계 기준 현대건설기계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5만9250원입니다. 그나마 IBK투자증권이 지난 22일에 목표주가를 기존 5만8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끌어 올리면서 컨센서스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실제 주가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IBK투자증권이 목표주가를 올리기 전인 지난 21일 집계 기준 컨센서스는 5만1667원으로, 지난달 18일 종가보다 낮습니다. 실제 주가가 목표주가를 추월한 상태를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한 달 넘게 방치한 겁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이 이에 대한 힌트를 남겼습니다. ‘잘 나온 실적은 과거, 다가올 경기침체는 현실’이라는 제목의 3분기 실적 분석(리뷰) 보고서에서 정 연구원은 “4분기까지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겠으나, 내년에 경기침체가 현실화된다면 분위기가 변할 수 있다”며 “대외 환경 변화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현대건설기계 프로필(12월23일 종가기준)
현대주가: 6만1800원
PER(12개월 포워드): 9.56배
적정주가: 5만9250원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 1834억원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