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당선자가 23일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당선자가 23일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증권·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를 대표하는 금융투자협회장에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60)이 선출됐다.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협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2009년 금융투자협회 설립 후 처음이다.

서 당선자는 23일 서울 여의도 협회 사옥에서 열린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65.64%를 득표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1차 투표만으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협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한다.

나머지 두 후보인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과 김해준 전 교보증권 사장은 각각 19.2%, 15.1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서 당선자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이변이라는 평가가 많다. 자산운용사 CEO 출신인 서 당선자가 압도적 득표로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황건호 초대 회장부터 나재철 현 회장까지 모두 증권사 출신이 협회장을 맡아 왔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60곳, 자산운용사 308곳, 신탁사 14곳, 선물사 3곳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전체 투표권의 30%는 전 회원사를 대상으로 균등하게 분배되고, 70%는 협회 회원비 분담 비율에 따라 차등 배분된다. 증권사들이 자산운용사에 비해 회원비를 많이 내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구조다. 이날 선거에는 총 385개 회원사 중 244곳이 참여했다.

서 당선자는 증권사의 자금 경색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부동산발 자금 경색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국, 유관기관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우리 업계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2년 유예된 것에 대해선 “취임 즉시 금투세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서 당선자는 “공약사항을 하나씩 실천해나가고 회원사 대표들 의견을 자주 여쭙고 반영해 공동으로 협회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서 당선자는 1962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서울 배재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서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199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겨 리테일사업부 대표,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ETF 총괄사장을 지내며 미래에셋그룹의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을 6%에서 39%까지 끌어올렸다. 2016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을 지냈다.

후보 시절 서 당선자는 금융상품 규제를 풀겠다고 공약했다. 액티브 ETF의 지수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그는 “현재 공모펀드 시장이 계속 줄어드는 대신 ETF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더 다양한 ETF가 나올 수 있도록 상관계수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당선자는 앞으로 설치될 대체거래소(ATS)에 ETF, 조각투자를 위한 증권형 토큰, 가상자산 등도 상장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정부는 ATS에서 상장주식과 주식예탁증서만 거래할 수 있게 할 방침인데, 이를 확대하도록 당국에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 서유석 차기 금투협회장은

△1962년 충남 논산 출생
△1981년 배재고 줄업
△1988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 입사
△1999년 미래에셋증권 입사
△2012~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ETF 총괄사장
△2016~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