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 내에 이른바 ‘비밀경찰서’를 운영 중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중국에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면 한·중 관계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외교부는 국가정보원, 경찰 등 정부 내 방첩조직과 함께 중국 비밀경찰서의 국내 존재 여부 등에 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방첩당국이 서울 강남권의 중식당 한 곳을 중국 비밀경찰 조직의 거점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적 관계 고려에 앞서 사실관계 파악이 돼야 할 것”이라며 먼저 관련 조사를 마무리한 뒤 중국에 대응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란 이름의 비밀경찰서를 102곳 이상 운영 중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해당 조직이 해외에 있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폭로다. 보고서에는 한국에도 최소 한 곳이 있다고 명시됐다. 주재국 승인을 받지 않고 외교공관이 아닌 곳에서 자국 국민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 등 국제법 위반이다.

일단 중국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의 ‘해외경찰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중국이 서울에 해외경찰서를 설치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아일랜드 체코 등 국가들이 비밀경찰서를 적발해 폐쇄 명령을 내리는 등 국제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캐나다 외교부도 중국대사를 초치해 엄중 경고하고, 비밀경찰서 폐쇄를 요구했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중국의 비밀경찰서 존재를 최종 확인하면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중 갈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