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비닐하우스 29동 파손…수확 앞둔 농민, 시름 깊어져
"설날, 손주 용돈 주려고 했는데"…폭설에 내려앉는 '농심'
"오늘부터 수확 시작이라 난로, 박스를 다 갖다 놓았는데 하루아침에 무너졌어요.

"
전남 담양군 담양읍에서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는 안준호(75)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폭설에 부서진 비닐하우스를 바라봤다.

대설특보가 발효된 23일 담양에는 오후 4시 기준 25.9㎝ 눈이 내렸다.

이 눈으로 비닐하우스를 지탱하던 철근이 힘없이 내려앉았고, 하얀 눈이 하우스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수확을 기다리던 쑥갓과 실파 위에는 하얀 눈발이 내려앉았다.

작물 걱정에 거센 눈발을 맞으며 1시간 30분가량 달려 하우스에 도착한 안씨는 무너진 하우스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정성껏 키운 쑥갓과 실파를 팔아 설날 손주들에게 용돈도 주고 겨울철 생계비에도 쓸 요량이었지만, 힘없이 휘어진 비닐하우스처럼 안씨의 소박한 소망은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

꽁꽁 언 손을 녹여가며 쌓인 눈을 털어냈지만, 눈은 그칠 줄 몰랐다.

안 씨는 "철근이 휘어져 다시 하우스를 쓸 수 없으니 내년 농사도 못 지을 판"이라며 "모든 게 포기 상태"라고 토로했다.

"설날, 손주 용돈 주려고 했는데"…폭설에 내려앉는 '농심'
전날부터 내리던 눈이 그칠 기세가 없자 다른 하우스 재배자들의 걱정도 깊어졌다.

인근에서 딸기 재배를 하는 김모(60)씨는 "한참 출하 철인 데 비닐하우스가 무너질까 봐 걱정이다"며 "무너지면 농사는 다 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까지 담양군에는 비닐하우스 29동이 파손된 것으로 신고됐다.

겨울철이라 대부분 작물을 키우고 있지 않았지만, 딸기·마늘·파 등 작물을 키우는 농가에서는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설날, 손주 용돈 주려고 했는데"…폭설에 내려앉는 '농심'
이날 담양에서는 곳곳에서 폭설로 인한 불편이 잇따랐다.

담양에서 광주로 반찬 배달을 나선 이모(47) 씨는 눈길에 차가 움직이지 않아 도로 한 복판에 고립됐다.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치우던 상인들도 계속 쌓이는 눈에 지친 기색을 보였다.

카센터를 운영하는 김태호(49) 씨는 "오전에만 4시간 동안 눈을 치웠는데 치워도 티가 안 난다"며 "눈이 가득 쌓여 차들이 들어오지 못해 오전에만 손님 3명을 그대로 보냈다"고 토로했다.

메타프로방스에서 열린 산타 축제에서도 축제장 한편에서 제설 차량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눈을 치웠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적설량은 광주 32.8㎝, 장성 29.3㎝, 화순 27.2㎝ 담양 25.2㎝ 곡성군 석곡면 17.2㎝ 장흥군 유치면 16.7㎝ 순천 15.1㎝ 등을 기록하고 있다.

눈은 24일 오전까지 5~10㎝가량 더 내린 뒤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