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바다 막히고 교통·낙상사고 속출…농가시설도 파손
갓길에 차 세우고 귀가하기도…일부 지역 도로는 통제 중

한낮의 기온도 영하 10도 안팎을 보인 매서운 한파 속에 눈 폭탄이 떨어진 23일 전국에서 교통·낙상사고가 속출했고, 항공기·여객선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많은 눈이 내린 곳은 출근길에 이어 퇴근길도 고행의 연속이었다.

최강 한파에 기록적 폭설…퇴근길도 차량 엉금엉금(종합2보)
출근길 차량정체 때문인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퇴근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지역별 적설량은 전북 순창 북흥 62.5㎝, 광주 39㎝, 정읍 태인 36.3㎝, 전남 장성 32.3㎝, 충남 서천 32.2㎝, 세종 전의 23.7㎝ 등이다.

제주도 일부 산간 지역에는 최대 80㎝가 넘는 누적 적설량이 기록됐다.

전라권 대부분 지역과 제주 및 충청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최강 한파에 기록적 폭설…퇴근길도 차량 엉금엉금(종합2보)
◇ 빙판길 된 도로…교통·낙상사고 속출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 내외로 떨어지는 등 이번 겨울 가장 강한 한파가 찾아와 도로가 빙판길로 변하면서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이날 0시 25분께 충남 논산 연산면 도로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진 경차가 뒤집어졌다.

오전 7시 27분에는 호남고속도로 순천 방향 옥과나들목 인근에서 고속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왼쪽으로 넘어졌다.

고속버스에는 승객 10명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보행자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손목과 허리 등을 다치는 낙상사고도 이어졌다.

최강 한파에 기록적 폭설…퇴근길도 차량 엉금엉금(종합2보)
대설특보가 발령된 전날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구조·구급 건수는 광주 74건(교통사고 12건, 낙상 44건, 안전조치 18건), 전남 103건(교통사고 13건, 낙상 38건, 안전조치 52건) 등이다.

경기도에선 이날 오후 3시까지 15건(고드름 제거 12건, 수도관 동파 1건, 안전조치 2건)의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제주소방본부는 오후 5시까지 교통사고 등 46건의 구조 조치를 했다.

차량 통행이 통제되는 도로도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진도 의신면 두목재 1.5㎞ 구간과 쏠비치 진도∼초평항 1㎞ 구간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는 등 전남에선 오후 5시 기준 14곳의 도로가 통제 중이다.

광주에서는 무등산 산간 도로인 4수원지∼금곡마을 5.4㎞, 무등산전망대∼4수원지 2.1㎞ 구간이 통제됐다.

한꺼번에 많은 눈이 쏟아지면서 농가 시설도 피해가 발생해 담양군의 경우 비닐하우스 30동이 파손됐다.

◇ 퇴근길도 곳곳 거북이걸음…일부 귀가 서둘러
전북의 경우 퇴근 시간을 앞두고 다시 눈발이 굵어지면서 차들은 퇴근길에도 거북이걸음을 해야 했다.

퇴근길 교통상황이 혼잡하기는 광주·전남도 마찬가지였다.

간선도로에서는 헛바퀴 도는 차량을 더는 운전하지 못하고 갓길에 세운 후 걸어서 귀가하는 운전자도 눈에 띄었다.

출근길에 차량정체로 곤욕을 치른 시민들은 직장에 차를 놓아두고 귀가하기도 했다.

청주시민 이모(43)씨는 "오늘 아침부터 차가 막혀 고생한 기억 때문에 오후에는 사무실에 이야기하고 조금 일찍 퇴근길에 나섰다"고 말했다.

살을 에는 한파에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이 평소보다 많았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얼어붙은 도로에서 옴짝달싹 못 한 시민들은 출근 도중 진땀을 뺐다.

청주에 사는 조모(32)씨는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3㎞ 가는데 1시간 이상 걸렸다"며 "통행량이 많은 도로인데 제설작업이 왜 이렇게 더딘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최강 한파에 기록적 폭설…퇴근길도 차량 엉금엉금(종합2보)
관공서가 밀집한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일대 도로도 눈이 다 녹지 않아 차량이 시속 10∼20㎞로 운행했다.

공무원 대부분이 새벽부터 도로에 나가 제설작업을 했지만, 밤사이 워낙 많은 눈이 내린 탓에 차량 흐름은 더뎠다.

◇ 하늘·땅·바다 모두 막혀
제주공항 항공기 출발·도착편은 사실상 모두 멈춰 섰다.

이날 운항 예정이던 항공편 중 474편(출발 233편, 도착 241편) 가운데 국제선 2편을 제외한 468편이 결항 또는 취소됐다.

현재까지 제주공항에서 뜨고 내린 항공편은 국제선 2편을 제외하곤 한 편도 없다.

광주를 비롯한 주요 지역 공항에서도 항공편의 결항 또는 취소가 이어졌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주운항관리센터에 따르면 풍랑경보 발효로 이날 제주와 다른 지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전남 목포와 여수, 고흥, 완도에 위치한 여객선 터미널에서 섬 지역을 오가는 50개 항로 68척의 배편도 통제됐다가 일부 완화됐다.

전북에선 군산∼어청도 등 여객선 4개 항로 운항이 중단됐다.

육상 교통의 경우 전남 3곳(해남·장흥·진도)의 군내 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또 다른 3곳(고흥·완도·보성)에선 도로 상황에 따라 일부 구간만 운행하고 있다.

광주에서도 58개 노선 455대의 시내버스가 단축·우회 운행을 했다.

최강 한파에 기록적 폭설…퇴근길도 차량 엉금엉금(종합2보)
제주에 발이 묶인 관광객 등은 대체 항공편을 알아보거나 일정을 급히 변경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 학교는 등교시간 조정…지자체 제설 작업 비상
충북의 일부 학교는 폭설과 한파 영향으로 등교 시간을 조정했다.

청주의 한 중학교는 휴업을 결정했다.

충주의 병설유치원 2곳과 초등학교 2곳은 원격수업을 했다.

이외에 75개 학교가 등·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지자체는 직원들을 투입, 눈 치우기에 나서는 등 제설작업에 총력을 쏟았다.

전북도는 제설 차량 등 장비 709대와 인력 666명, 제설재 3천312t을 동원해 주요 도로 제설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육군 35사단 등 군부대도 눈 치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충북에서도 도와 각 시·군이 전날 오전 11시부터 비상 2단계를 유지하며 장비 105대, 인력 206명을 투입해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충청권은 오늘 밤까지, 전라권 서부와 제주를 중심으로는 내일 아침까지 강한 눈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는 등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도인 박철홍 박재천 정경재 전지혜 천정인 강수환 천경환 김형우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