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년 침체를 기본 가정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얼마나 지속될 지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용평가 및 정보분석 업체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3일(현지시간) “역사적으로 미 중앙은행(Fed)이 물가 잡기에 나설 때마다 침체에 직면했다”며 “침체는 조용히 다가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모든 사람이 떠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기 실현적’ 침체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새로운 일자리가 매달 60만 개 정도 증가했다가 지금은 25개 수준으로 둔화했다”며 “내년엔 신규 일자리 수가 정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하지는 않아도 고용 시장이 어느 정도 냉각될 것이란 얘기다. 결과적으로 Fed가 추가 긴축에 나서는 데 주저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부채 부담이 낮고 가계와 기업의 대차대조표가 여전히 견조하다”며 “경제 펀더멘털은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침체가 오더라도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Fed의 실업률 전망치를 보면 현재 3.7%에서 내년 말 4.6%로 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제 성장률은 0.5%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 이는 침체를 유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침체를 유인하고 있으나 스스로 말하지 않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Fed가 주도하는 침체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대차대조표는 견조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얕고 짧은 침체를 경험한 뒤 Fed의 정책 전환(피봇) 후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매파적인 Fed의 태도가 계속되면서 (Fed가 기대해온) 연착륙은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내년엔 뚝 떨어지면서 침체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내년엔 뚝 떨어지면서 침체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권사 제프리스의 톰 시몬스 이코노미스트는 침체가 예상 외로 길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내년 초부터 매우 전형적인 형태의 침체 경로로 진입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마진 압박이 커지고 이에 따른 비용 절감 및 인력 축소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성장률 둔화 및 인플레이션 하락의 순서를 밟을 것이란 진단이다.

시몬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Fed 피봇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Fed는 기본적으로 장기 인플레이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시몬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이클에서 경기 침체는 2024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