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중국이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엄격한 '방역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논란이 커진다.

24일 중국 현지매체에 따르면 중국 방역 당국은 해외 입국자에 대해 여전히 입국 전 48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고, 입국한 후에는 '5+3 격리'를 시행하고 있다.

5+3 격리란 해외 입국자 전용 격리 호텔에서 5일간 지내며 PCR 검사를 해 음성이 확인돼야 풀려나고, 3일의 추가 자가 격리를 하며 체온 등을 살펴 의심 증세가 없어야 비로소 자유로운 활동을 허용하는 것이다.

격리 호텔은 현지 당국이 지정하기 때문에 임의로 선택할 수 없으며, 호텔비는 물론 감염됐을 경우 입원하는 병원비 전액을 입국자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중국신문주간은 최근 해외에서 입국해 호텔 격리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한국에서 산둥성 칭다오로 입국, 호텔에 격리 중이던 리모 씨는 닷새 만인 17일 7번째 PCR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코로나19 치료 전용 병원으로 이송돼 7일 동안 치료받았다.

리 씨는 "중국에 오기 직전 한국에서 한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계속 N95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호텔 격리 4일째까지도 음성으로 확인됐는데 5일째 감염됐다니 황당했다"며 "제대로 청소하지 않아 호텔 위생 환경이 불량했는데 호텔 격리 중 감염됐다고 생각한다.

이미 격리됐던 호텔 종업원 상당수가 감염됐다는 얘기가 들렸다"고 말했다.
중국 남서부 충칭의 한 인민병원 로비에 마련된 병상에 환자들이 누워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 남서부 충칭의 한 인민병원 로비에 마련된 병상에 환자들이 누워있다./사진=연합뉴스
독일에서 유학 중인 한 중국인은 현지 매체에 "방역 완화 이후에도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격리 기간과 비용을 가늠할 수 없고, 호텔 격리 기간이나 풀려난 뒤에 감염될 위험이 있어 귀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내년 초 해외 입국자 시설 격리가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중국 당국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상황 전개에 따라 출입국 인원의 왕래 관련 조치들을 최적화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달 초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지난 7일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 의무화 폐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 재택 치료 허용 등 10개 항의 방역 완화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발열 등 의심 증세가 있어도 PCR 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자를 가려낼 수 없으며, 감염돼도 해열제를 먹으며 일주일간 집에서 머문 뒤 PCR 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출근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완치될 때까지 격리 병원에 수용하고, 밀접 접촉자도 격리시설에서 일정 기간 머물며 감염 여부를 확인하던 '방역 장벽'이 사라진 것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