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진술 보강…두 번째 시도 끝 이임재·송병주 신병 확보
재난 대응 1차 책임 박희영 용산구청장 26일 영장심사도 주목
특수본 출범 53일만에 핵심 피의자 첫 구속…수사 숨통 트이나
이태원 참사 핵심 피의자인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이 구속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박원규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이 전 서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달 5일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첫 영장을 기각한 이래 18일 만에 판단이 극적으로 바뀐 셈이다.

법원이 이처럼 다른 판단을 한 데에는 특수본이 1차 영장 기각 뒤 강도 높은 보강 수사를 통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와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결국 특수본이 혐의를 탄탄하게 입증했다는 점을 내세워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함으로써 법원의 영장 발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특수본 출범 53일만에 핵심 피의자 첫 구속…수사 숨통 트이나
특수본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객관적 자료와 진술을 통해 이 전 서장의 과실과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참사 사이의 법리적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2차 영장에서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추가한 것도 주효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이태원 참사 현장에 실제보다 48분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고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직접 검토하고도 바로잡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법원의 주요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 가운데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 전 서장이 상황보고서를 검토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데도 이를 부인하면서 법원이 증거인멸 등 구속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 전 서장과 함께 구속된 송병주(51)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도 특수본이 추가로 들이민 증거와 진술에 두꺼운 방어벽이 뚫렸다.

송 전 실장은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차도로 쏟아져나온 인파를 인도로 밀어 올리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특수본 출범 53일만에 핵심 피의자 첫 구속…수사 숨통 트이나
지난달 1일 출범 이래 처음으로 주요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특수본은 다음 관문인 박희영(61)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구속 심문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여기에 최 과장은 참사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고의로 게을리한 혐의(직무유기)도 받는다.

재난안전법상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에 대비하고 구호할 1차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무겁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지자체의 재난 대비와 구호를 지원하는 경찰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상 책임이 어느 정도 인정된 만큼 용산구청 간부들의 구속영장 발부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박 구청장 등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