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사인 코어사이언티픽이 파산을 신청한 가운데 채권단이 자금 지원 대가로 채굴기 지분 97%를 사들이기로 했다. 코어사이언티픽은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10%를 차지하기도 했다.

25일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코어사이언티픽 채권단은 회생 금융을 통해 최대 7500만달러를 제공하면서 이 회사가 보유한 채굴기 지분 97%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우선 연내 3750만달러를 투입하고 나머지 3750만달러는 내년 1월 집행할 예정이다. 이 자금은 코어사이언티픽의 구조조정과 회생에 사용될 예정이다. 채권단은 대부분 코어사이언티픽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보유해 왔다.

최대 채권자인 B.라일리파이낸셜은 “전환사채에도 향후 2년간 이자 지급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채굴기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어사이언티픽은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구조조정을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어사이언티픽은 올해 1만2000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했다. 전년 대비 5769개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세 하락과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3분기에만 4억348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손실액은 17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9월 말 기준 14억달러의 자산과 13억3000만달러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더 이상의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코어사이언티픽은 지난 21일 “채굴 장비 투자를 위해 조달한 부채를 갚기에 현금 흐름이 충분하지 않다”며 텍사스 남부파산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보고서에서 올해 연말 전에 보유 현금이 고갈될 것이라고도 했다.

크리스 한센 채권단 대표는 “최근 비트코인 시세 하락에도 코어사이언티픽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포브스는 “이자 지급 부담을 던 데다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향후 2년간 흑자 전환을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