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달리 큰 충돌 없이 마무리
유통 플랫폼이 콘텐츠 만들고
프로그램 제작사가 OTT 운영
수요자·공급자 경계 모호해져

작년엔 소송까지, 올해는 ‘조용’
25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각각 이달 CJ ENM과 올해분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 IPTV 기업 관계자는 “아직 도장을 찍지 않았을 뿐 사실상 협상이 끝났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들도 “이달 협상이 별일 없이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입을 모았다.IPTV 콘텐츠 사용료는 매년 IPTV 기업이 그해 방영한 콘텐츠에 대해 CP 기업과 협상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콘텐츠를 먼저 방영하고, 대가는 나중에 정산하는 ‘선공급 후정산’ 구조다.
지난 몇 년간 이 과정에서 IPTV와 CP가 대립각을 세웠다. 작년 6월엔 협상이 결렬되면서 실시간 방송 송출이 끊기는 사례까지 나왔다. LG유플러스의 모바일tv에서 CJ ENM 채널 10개 실시간 방송이 중단됐다. 작년 8월엔 CJ ENM이 LG유플러스에 IPTV 복수 셋톱박스에 쓴 콘텐츠값 10년 치를 물어내라며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걸기도 했다.
수요자와 공급자 구분 사라져
올해는 양측 간 큰 충돌이 없는 분위기다. 한쪽이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쪽은 콘텐츠를 송출하기만 하는 시장 구도가 깨지면서 협상이 순조로워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KT가 콘텐츠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공동 제작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CP인 CJ ENM은 자체 OTT 티빙을 운영하면서 콘텐츠를 송출하고, 넷플릭스 등에도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여기서 두 번째 이유도 나온다. 업계 각사가 콘텐츠 공급사 겸 방영 송출사를 자처하면서 ‘대박 작품’이 한 곳에서만 나오지 않게 됐다. ‘시청률 명가’로 꼽히는 특정 CP에 끌려다닐 이유가 사라지면서 협상이 싱거워졌다는 분석이다.

콘텐츠 이용료 다툼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정부가 마련 중인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안이 관건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초 연내 콘텐츠 이용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업계 곳곳에서 각기 불만을 나타내면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콘텐츠값 산정 기준의 큰 틀이 없다면 또 시청자를 볼모로 한 소모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